이회창 대표측 강공 선회…지지율 침체도 여유있게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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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李대표는 이제 진짜 씨름 (대선) 을 하기 위해 샅바 (30일 전당대회) 를 잡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李대표의 뒷다리를 잡는 사람 (후보교체론자) 이 있다면 발로 걷어 차고 가야할 것 아니냐. "

25일 아침 신한국당 이회창 (李會昌) 대표의 윤원중 (尹源重) 비서실장은 李대표의 결연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같은 시각 강재섭 (姜在涉) 정치특보는 "李대표는 대회전까지는 어떤 수모를 겪더라도 당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대회가 끝나면 후보로서 국민을 직접 상대할 것" 이라고 천명했다.

李대표가 당총재직을 받은 후엔 비주류강경파의 '이회창흔들기' 를 더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일부 후보교체론자들의 대 (對) 이회창 공세가 가열된다는 뉴스가 조간신문의 머릿기사로 뒤덮은 이날 아침, 李대표측에선 이런 강경하고 확실한 단어가 튀어 나왔다.

李대표 자신은 초선의원모임에서 지지자인 안상수 (安商守) 의원이 " (당내 갈등에) 대표가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의식을 가져라" 는 일침을 가해도 겉으로 웃었다.

그러곤 "전당대회를 통해 반드시 중심을 잡겠다" 고 약속했다.

李대표는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여권 내홍 (內訌)에 대해 대외논리와 처방전을 확정한 것같다.

그는 당갈등을 "자유경선이라는 새로운 시도에서 나타난 자연스런 현상" 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92년 경선 때도 10월 중순까지 당은 분열된 모습을 보였고 심지어 그때 탈당하는 사람도 있었다" 는 전례를 들기도 했다.

李대표의 논리는 "양철냄비 부수는 소리만 나는 여당내 집안싸움" 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방어하고 실점에서 득점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지지율침체에 대해서도 여유있는 모습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그는 "지지율은 늘 변동이 있는 것이어서 연연해 하지 않는다" 고 일축했다.

그러곤 "당이 결속된 모습만 보이면 국민은 우리를 지지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초선의원모임에선 2명의 의원이 발언했는데 李대표 측근인 이우재 (李佑宰) 의원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며 "李대표외에는 선택이 없는 만큼 우리는 중앙당 사정과는 상관없이 일선에서 능동적으로 뛰겠다" 는 결의를 보였다.

李대표진영은 이런 결의와 구호를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여권단합에서 내실을 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사실이다.

비주류가 가시를 거두기는커녕 칼을 갈고 있기 때문이다.

李대표는 경선때 반이 (反李) 세력이었던 이한동 (李漢東) 고문이 대표로 내정된 만큼 그가 이수성 (李壽成).박찬종 (朴燦鍾) 고문등 경선낙선자는 물론 서석재 (徐錫宰) 의원등의 마음을 끌어들이는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李대표측은 전당대회후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지원이 시들해질 것도 솔직히 우려하고 있다.

李대표 주변에는 결과적으로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가 탈당하고 민주계 강경파가 계속 李대표를 흔드는 것은 金대통령의 李대표지원이 미지근하기 때문이라는 의구심도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이날 "金대통령의 생각에는 변화가 없으며 金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李대표를 지원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그는 "金대통령은 23일 박찬종고문을 불러서도 '탈당하지 말라' 고 했다" 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李대표에 대한 金대통령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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