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금반지, 좀 더 기다렸다 팔아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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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호 22면

최근 금값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 자양동에 사는 박재민(41)씨 부부는 6년 전 첫아이 돌잔치 때 받은 금반지 10여 개를 팔아야 할지 고민이다. 일단 인근 금은방을 찾았던 박씨는 그러나 적잖이 실망하고 돌아왔다. 박씨는 “금값이 한 돈에 20만원을 넘었다고 해서 집 근처 금은방에 알아봤더니 돈당 15만원밖에 쳐주지 않더라”며 “값을 조금 더 받을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金테크, 어떻게

요즘 박씨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꽤 늘었다. 경제위기로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장롱 속 금붙이라도 팔아 살림에 보태 보자는 것이다. 금은 고금(古金) 매집→정련(精鍊)→재공급이라는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다. 금은방이 소비자로부터 사들이는 구매 시세가 있게 마련이란 얘기다. 귀금속판매업중앙회 관계자는 “자연 마모나 공임·마진 등을 포함하면 소비자에게서 사들이는 가격은 판매 가격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요즘처럼 금값이 뛰면 금 유통업자들은 헤지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값이 급락하기라도 하면 그 손해를 유통업자가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한 푼이라도 더 받고 팔려면 발품을 파는 게 좋다. 서울 종로 귀금속 도매상가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동네 금은방보다 약간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엔 금붙이 팔러 나오는 이가 크게 늘면서 종로 고금 매집 상가에 ‘개점휴업’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한 금은방 관계자는 “사려는 이는 거의 없고, 파는 사람만 몰린다”며 “더 이상 금을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금값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조금 더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금 투자의 정석'을 쓴 이동엽 J&H 대표 자문역은 “앞으로 금값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급하지 않다면 좀 더 기다렸다 파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금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금에 투자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골드바(금괴)나 금화 같은 금제품을 사면 된다. 그러나 거액이 드는 데다 세금이나 보관 문제도 있어 소액투자자에겐 만만치 않다. 금제품을 살 때는 거래 가격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야 한다. 판매 수수료 2~5%가량을 치르는 것은 별도다.

대안으로 나온 게 골드뱅킹(금 적립 계좌)이다. 골드뱅킹은 금 실물에 투자하되 부가세·수수료·보관료 부담 등 실물 투자에 따르는 불편함을 없앤 상품이다. 통장에 돈을 넣으면 그 금액만큼 금으로 적립해 금값이 오르면 투자 이익을 볼 수 있다. 반대로 금값이 떨어지면 손해를 본다.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최초 계좌를 열 때 금 1g(약 4만6000원) 이상에 투자하면 된다. 이후부터는 최소 0.01g(약 460원)이라는 ‘소액’으로 금 투자가 가능하다. 골드뱅킹의 최근 1년 수익률은 50%가 넘는다. 이 밖에 금 관련 지수에 투자하는 금 상장지수펀드와 금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등도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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