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각제 공약 추진 어떻게 되나…30일 전당대회 직후 본격 공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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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권의 내각제개헌 공약화 추진움직임이 표면화하고 있다.

우선 이회창 (李會昌) 대표의 입장변화가 두드러진다.

그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내각제 추진의사가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확연히 다른 말을 했다.

그는 내각제 개헌여부에 대한 질문에 "아직은 그렇게까지 말할 계제가 아니다" 고 말했다.

얼핏 보면 부인하는 말투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물밑 움직임이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강재섭 (姜在涉) 정치특보는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내각제 공약화를 "대표가 아직은 생각을 가다듬지 않았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 이라고 부연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다만 "대선전 개헌은 불가" 라고 말했다.

고흥길 (高興吉) 섭외특보도 "신한국당 정강정책의 대통령중심제 조항도 삭제하거나 보다 포괄적인 용어로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이미 대통령중심제 조항삭제는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 라고 귀띔했다.

신한국당 곳곳에서 내각제가 고개를 들고 있다.

내각제 공약화는 이미 상당기간 준비되어 왔다.

추진세력은 두갈래다.

한쪽은 원칙적인 내각제 선호론자다.

김윤환 (金潤煥) 고문이 그 대표격이다.

金고문은 한시도 내각제에 대한 미련을 저버린 적이 없다.

그래야만 자신의 입지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쪽은 상황론자다.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내각제 아니라 어떤 방법이라도 다 써야한다는 것이다.

민주계의 김명윤 (金命潤) 고문을 위시한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 직계세력이다.

청와대 출신 의원들의 상당수가 이에 동의하고 있다.

작금의 내각제 논의는 두세력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李대표의 지지율 하락이 그 토양을 만들어 주었다.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총재를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내각제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밀사들이 그동안 서울 청구동 金총재 자택을 오간 것이다.

문제는 개헌의 시점이다.

신한국당은 '다음 대통령 임기중' 으로 해볼 생각이었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자민련이 당장 하자는 쪽으로 나왔다.

연일 대선전 개헌을 공개 요구하고 있다.

결국 그 중간쯤으로 조정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그 선에서 얘기가 진행중이란 후문이다.

15대 국회의원 임기만료시점인 2000년 5월 이전이다.

그러지 않고는 자민련이 꿈쩍도 않을 태세이기 때문이다.

아직 내각제 공약이 공식화되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李대표의 지지율이 올라간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그 시점을 전당대회 (30일) 로 보고있다.

총재직을 이양받은 후의 지지율 변화가 내각제 공약실현 여부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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