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중국 꽁꽁묶은 '공격적 수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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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농구는 중국과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프로다운 플레이를 펼쳤다.

그것은 화려한 개인플레이가 아니라 악착같은 끈기와 충실한 기본기였다.

한국은 이날 수비의 기본인 맨투맨과 프로농구 스타일의 프리랜스 오펜스 (일정한 약속 없이 임기응변으로 찬스를 만들어가는 공격법) 를 구사했다.

그러나 다른 어떤 경기에서보다 정확하고 강력했다.

후반에 시작된 한국의 '공격적인 수비' 는 이날 경기의 백미였고 승부의 방향을 결정지었다.

특히 평소 몸싸움이 약했던 전희철의 허슬플레이는 한국 수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전희철은 정재근과 환상적인 호흡을 이루며 필사적인 몸싸움으로 중국의 포스트맨인 왕즈츠.공샤오빈을 밀어내 골밑공격의 성공률을 최저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중국은 다이렉트 골밑슛 찬스를 얻기 어렵자 도리없이 외곽으로 볼을 빼내 후웨이동.리샤오용의 외곽슛으로 공세를 펼치려 했으나 앞선을 지키는 강동희.이상민이 패스의 흐름을 적시에 끊어 속공으로 받아쳤다.

65 - 61로 앞선 11분쯤 전희철이 속공에 가담, 강동희의 비하인드패스를 바스켓에 얹어 67 - 61로 앞서는 장면이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공격에서도 한국은 중국의 최강수인 1 - 3 - 1지역수비를 교과서적인 공략법으로 쉽게 부쉈다.

1 - 3 - 1지역수비는 좌우코너가 약점인데 한국은 문경은.전희철.정재근의 정확한 3점슛으로 무너뜨려 맨투맨으로 전환하게 만들었다.

이는 중국의 잇단 파울을 유발, 한국에게 많은 자유투기회를 줬고 점수차를 벌리게 하는 요인이 됐다.

한편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농구는 농구인의 단결이라는 또 다른 수확도 거뒀다.

프로출범후 사사건건 대립하던 농구협회와 KBL이 대일전 참패후 어느쪽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서로 자기탓이라고 반성하며 19일새벽 프로.아마를 망라한 농구인들이 모두 '기도하는 마음' 으로 승전보를 기다렸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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