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회계감사로 손해본 경우 회계법인에 배상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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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실한 회계감사 결과를 믿고 주식투자를 해 손해를 봤다면 회계법인은 투자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 (주심 李容勳대법관) 는 19일 吳모 (서울은평구응암동) 씨가 ㈜한국강관의 회계감사를 했던 청운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밝히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는 기업의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 원고 역시 이를 바탕으로 주가가 형성될 것으로 믿고 투자했다고 봐야한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의 손해액은 분식 (粉飾) 결산및 부실감사 사실이 밝혀져 거래가 정지되기 전에 정상적으로 형성된 주가와 거래정지 해제 이후 계속된 하종가를 벗어난 시점에서 정상적으로 형성된 주가 또는 매도가격의 차액" 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판결은 증권거래법이 정한 손해배상 청구시한 (부실감사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 지났는데도 민법상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넓게 인정한 것이다.

吳씨는 ㈜한국강관에 대한 부실감사 사실이 증권감독원에 의해 발표되기 전인 93년 10월22일 한국강관 주식 1천주를 주당 1만5천9백원에, 발표 직후인 같은해 11월8일 1천주를 주당 1만3천원에 샀다가 94년 1월 이 회사가 부도나자 보유주식을 주당 4천5백50원에 판 뒤 95년말 청운회계법인을 상대로 2천3백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한편 청운회계법인은 ㈜한국강관이 92년 결산때 재고자산과 외상매출금 5백40여억원을 과대 계상, 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19억원의 순익이 난 것처럼 재무제표를 허위로 꾸몄는데도 '적정의견' 으로 감사보고서를 내 93년 11월 증감원으로부터 경고와 감사업무 제한조치를 받았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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