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셸 캉드쉬 IMF총재 "북한개혁 지원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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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 (IMF) 총재는 집무실에서 기자와 마주 앉자 대뜸 웃으며 "최근의 한국 경제상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라고 거꾸로 물어왔다.

질문으로 먼저 말문을 연 그는 "위기라기보다 적응 과정" 이라고 한국 경제상황을 진단한 후 동남아 통화위기의 원인과 교훈, 최근 IMF조사단의 북한 방문, 올해 IMF연차총회의 주요 의제등에 대해 답했다.

- 최근 동남아 통화위기의 원인은.

"교역과 금융이 더욱 긴밀하게 얽히고 금융시장의 통합이 진전되면서 투자와 성장의 기회는 더더욱 넓어지지만 동시에 잘못된 정책을 펴고 적절한 시정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았을 때의 타격은 매우 심각해진다. 그것도 갑자기 닥친다.

태국의 통화위기가 바로 그런 경우다. "

- 태국 통화위기의 타지역으로의 파급은.

"주로 동남아 지역 국가들이 영향을 받았지만 태국보다 훨씬 덜 심각하다.

그러나 외국자본이 많이 유입돼 있는 나라들의 외환시장은 언제든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들 국가로서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개혁조치가 가장 중요하다. "

- 동남아 통화위기는 자본시장 자유화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자본시장 자유화로 인한 이득은 매우 크다.

다만 국내 금융시장이 잘 돌아가도록 하면서 신중하게 추진해야만 한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교훈이다. "

- 통화위기가 한국으로 파급될 가능성은.

"한국은 태국 통화위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건전한 거시경제정책과 유연한 변동환율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앞으로도 이번 동남아 통화위기와 같은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최근 국내금융시장의 취약성에는 다소의 위험요소가 있다. 고성장을 유지하면서 경제상황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튼튼하고 건전한 금융시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많은 나라의 경험이다. "

- 한국의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는.

"다소의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충분히 바로 잡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선진국들과의 1인당 국민소득 격차가 좁혀지면서 한국이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건전하게 유지한다면 당분간 매년 6~7%의 성장은 무난하리라고 본다.

신중한 거시정책을 펴면서 금융개혁에 박차를 가한다면 경상수지 적자도 안정적인 수준까지 계속 줄어들고 거시경제 전망도 괜찮을 것이다. "

- 사상 최초로 IMF 조사단이 최근 북한을 방문했는데.

"소규모의 IMF조사단이 최근 북한 경제의 '현황 파악' 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조사단이 돌아오면 나에게 브리핑하겠지만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건대 북한의 경제상황은 매우 심각한 상태며 IMF도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등과 관련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

- 북한이 IMF 회원국 가입 신청을 했는가.

"아직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알다시피 북한은 최근 바깥 세계에 대한 대화제의를 늘려오고 있다. "

- 북한의 회원국 가입에 대한 IMF의 입장은.

"북한이 외부 세계를 향해 문호를 열도록 촉구하고 도움을 주는 것은 국제사회의 이익과 직결되는 일이다. 그러나 북한 문제를 푸는 항구적인 해결책은 결국 북한 자신이 찾아야 하고 그러려면 시장지향의 개혁과 함께 대외개방을 택해야만 한다. 일단 북한이 필요한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 국제사회는 북한의 개혁 노력을 지원하고 상황을 개선시키도록 도울 것이다."

- 올해 IMF 연차총회의 주요 의제는.

"과중한 외채에 시달리고 있는 저소득 국가들의 외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등과 함께 동남아 통화위기등과 관련해 자본시장 동향 파악을 위한 IMF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등이 논의될 것이다. "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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