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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기행]14. 아다다 … 전남 영광 효동마을 (1)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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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초여름 산들바람 고운 볼에 스칠 때 검은머리 은비녀에 다홍치마 어여뻐라 꽃가마에 미소짓는 말못하는 아다다여…'

1960년대 나애심이 불러 히트했던 노래 '아다다' .세상으로 부터 상처받은 아다다의 곱고 순수한 심성과 애잔한 감정을 단조가락에 실은 이 노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아다다' 는 계용묵의 대표적 단편소설 '백치 아다다' 를 원작으로 임권택.정일성 콤비가 88년 만든 작품. 벙어리라는 이유때문에 논 한섬지기를 지참금으로 가난한 이웃 청년 (한지일扮)에게 시집을 가는 아다다 (신혜수扮) .그의 시집살이 장면을 찍은 곳이 전남영광군묘량면삼효리1구 효동마을이다.

마을입구부터 고샅 (좁은 골목) 을 따라 호박덩굴이 감싸고 있는 돌담이 이어지고 외갓집같은 초가도 여기저기 나타난다.

곳곳에 때묻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정겨움이 흠뻑 배어있다.

아다다는 가마를 타고 이 길을 따라 시집왔다.

그가 남편과 5년여동안 행복하게 살았던 초가는 지금 정호윤 (84) 옹이 부인과 함께 지키고 있다.

처마에 매달려 있는 마늘과 흙벽, 머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방, 그을릴대로 그을린 부엌과 재래식 뒷간. 마당 한켠에 서있는 한그루의 감나무는 물론 아다다가 첫 남편과 신혼의 단꿈을 꾸었던 신방도 그대로 남아있다.

46가구가 살고 있는 효동마을은 5년전만해도 절반이 초가였으나 지금은 6채만이 남아 있다.

효동마을은 10여년전 찍은 영화 '아다다' 로 유명해지면서 '춘화도' '가로지기' 등 20편 남짓한 영화가 이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입구에 '그림그리기나 사진촬영을 금한다' 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정인상 (57) 이장은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차를 아무데나 세워놓는 통에 경운기가 지나다니기도 어려운데다 종이컵.필름 빈통.담배갑따위를 함부로 버려 경고판을 세우게 됐다" 고 설명한다.

냉정하고 치밀한 사실주의의 기법으로 차근차근 그려나간 '아다다' .첫번째 시집간 남편에게 버림받고 돌아와 친정에서 구박받다 떠돌이 수룡이 (이경영扮) 와 깊은 산속에 들어가 행복하게 살던 아다다는 자본주의의 상징인 돈때문에 죽음에 이른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겪어야만 했던 한 (恨) 을 신인배우 신혜수가 실감나게 연기했다.

그러나 한국 여인이 겪어야 했던 이러한 아픔은 21세기를 몇해 앞둔 지금도 질긴 삼줄처럼 우리 주위에 아직도 남아있다.

아름다운 미모와 함께 아다다의 모습을 잘 소화해낸 신혜수는 이 작품으로 1988년 몬트리올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광 =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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