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방학 허송세월…낮잠·TV보기·유흥장 출입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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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K고 2년 南모 (18) 군은 지난 여름방학을 생각하면 너무나 후회스럽다.

자율학습 명목으로 14일간 학교에 나가 보충수업을 받고 하루 두시간씩 영어.수학학원에 다닌 것 외에는 이렇다 하게 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南군이 여가시간에 가장 많이 한 일은 TV시청. 그 다음은 잠자기였고, 그래도 남은 시간에는 친구들과 카페나 당구장.주점등에서 보냈다.

南군은 "동해안으로 여행도 가고 싶었고 아르바이트도 하려 했는데 보충수업과 학원에 나가느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고 말했다.

우리 청소년들이 방학중 여가시간을 헛되게 보내고 있다.

서울YMCA가 서울시내 7개 고교 남녀 학생 5백명을 대상으로 여름방학중의 여가시간 활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잠자기가 30.1%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TV보기 (21.2%).유흥업소 출입 (11.3%)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독서 (2.7%).운동 (2.4%).청소년단체 프로그램 참가 (2.0%).자원봉사활동 (0.7%) 등은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주로 시간을 보낸 장소를 묻는 질문엔 친척이나 친구집등을 제외하면 '유흥업소 주변' 을 꼽은 학생이 전체의 28%로 가장 많았다.

특히 열명중 네명이 하루 다섯시간 이상 TV를 시청했다고 밝혀 청소년 놀이문화의 부재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한편 전체의 39%가 담배.술을 구입한 경험이 있으며 이 가운데 담배.술 구입때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은 경험이 한번이라도 있는 사람은 19.7%에 불과해 우리 사회가 청소년 보호에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보여줬다.

서울 강동고 최계록 (崔桂綠.29.수학) 교사는 "청소년을 위한 문화.체육시설은 찾아볼 수 없는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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