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생활습관 주부건망증 줄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전업주부인 박모 (32.서울강북구수유동) 씨는 며칠전 백화점에 갔다가 보리차를 끓이느라 가스불에 올려놓은 주전자가 생각나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박씨는 이웃집 주부에게 급히 연락을 했고 이웃집 주부는 어렵게 창문을 통해 박씨집에 들어갔는데 어이없게도 가스밸브까지 꼭 잠궈져 있었던 것. 이 소동으로 동네에 창피한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많지도 않은 나이에 벌써 건망증이 이 정도인가 생각하니 박씨는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그 정도가 심해져 집밖에서 소방차 소리만 들어도 집안단속 여부가 의심돼 노심초사하는 주부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건망증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단순한 기억장애의 하나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 단지 주부가 주로 하는 일들이 육아.가사일.집안 대소사 챙기기.공과금 내기등 복잡하면서도 산만한 일로 가득차 있어 규칙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남자들보다 기억감퇴현상이 두드러지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의대 신경과 이경민교수는 "건망증 때문에 불안감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반복적이면서도 일정한 생활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외출하기전에는 부엌.화장실.방.현관을 순서대로 돌며 점검한다' 는 식으로 규칙을 정해두고 반복하면 여러가지 일이 연상돼 기억나기 때문에 불안에 떠는 일이 적어진다는 것.

또 외출전 집안단속을 하면서 "나 가스불 끈다" "나 가스밸브 잠근다" "나 현관물 잠근다" 고 소리내어 말을 하는 것도 외출후 불안감을 막는 한 방법이 될수 있다.

소리내어 말하면서 행동을 하면 일에 더 집중이 되어 보다 오래동안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또다른 방법은 현관문 안쪽에 외출전 점검할 사항들을 적어놓고 신발을 신으면서 번번이 확인하는 것. 서울송파구가락동 이재명 (52) 씨는 현관문에 '가스불 끌 것, 다리미 코드 뺄것, 열쇠 가지고 나올것' 이 적힌 종이를 코팅까지 해서 붙여뒀다. 멀쩡히 다리미 코드를 빼놓고도 종이를 쳐다본후 의심스러워 다시 들어가 확인해 본적이 많긴 하지만 신발만 한번 벗으면 되기 때문에 외출후 느끼는 불안감에 비하면 훨씬 낫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