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반복되는 ‘한국 흔들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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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외신들의 한국 공습이 다시 시작됐다. 지난해 가을 상황의 재판이다. 정부는 “말도 안 된다. 기본 사실조차 틀리다”고 반박했으나 그러는 사이 원화 가치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지적대로 외신들의 보도는 오류투성이다. 용어도 틀리고 사실 관계도 부정확한 게 많다. 동유럽에 물린 서유럽 은행들로부터 한국이 꾼 돈이 많아 위험하다는 보도가 대표적인 오류다. 기획재정부 김익주 국제금융국장은 “한국에 대출해 준 유럽 은행들은 동유럽 거래가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해명은 외신들의 근본적인 의구심을 해소해 주지 못하고 있다. 외신들의 잣대는 그해 갚아야 할 부채의 총액과 비교해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냐는 것이다. 부족하면 가차 없이 ‘위험국’이란 낙인을 찍는다. 은행의 예금보다 대출이 많은 국가도 건전성을 의심받는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사도 이런 기준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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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의 유동외채(만기 1년 미만 단기외채+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외채)는 1940억 달러로 외환보유액(2015억 달러)에 육박한다. 외국 투자자들의 기준으로 보면 커트라인에 서 있는 셈이다. 정부는 “유동외채 전부를 갚아야 한다는 것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비정상적 판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동외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위기설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되기는 어려운 문제다. 이미 은행들이 단기외채를 많이 끌어다 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조선사 수주액에 대한 선물환 헤지 물량이다. 정부와 은행은 “배 값이 들어오면 없어지는 부채인 만큼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들어올 배 값으로 당장 올해 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선물환을 해결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소통의 문제만 해결해도 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시장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을 설명해 주는 쪽으로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외환보유액 세계 6위’라고 주장하는 대신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 어떤 조건에서도 외채 상환에는 별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방식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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