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독자노선 굳히는 중국 통신산업…외국업체 창여 제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중국 우전부 (郵電部) 는 2주일전 자국내 1억번째 전화선의 설치를 자축했다.

20여년전만해도 중국엔 수동식 전화기가 대부분이었고 그것도 당 고위간부들만의 특권이었다.

일반인들은 장거리 전화를 걸기 위해 시내로 외출을 했었다.

오늘날 중국의 전화사정은 20여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도시가정에서 전화는 필수품이고 국영기업 차이나 텔레콤은 중국내에서 세계최대의 이동전화서비스 제공업체인 AT&T를 앞질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중국이 이를 외국기업의 도움없이 독자적으로 해냈다는 것이다.

우전부는 2000년까지는 모든 농촌마을까지 전화선을 설치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호환성이 없는 시스템을 사들이기도 하는등 비효율성이 노출되기도 하지만 우전부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지멘스.NEC.모토로라등 외국 업체들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시장의 틈새를 뚫기위해 노력중이지만 장비공급정도에 그칠뿐 서비스분야에 대한 투자나 경영권확보등은 꿈도 못꾸고 있다.

오히려 외국자본이나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통신기자재 부문에서도 국산화가 진행됨에 따라 외국업체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통신업체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프랑스 알카텔 알스톰사의 마케팅 팀장 루이 위터스는 "그들은 모든 것을 손안에 쥐고싶어 한다" 며 "외국업체들이 시장개방을 기다리는 동안 중국의 홀로서기는 더욱더 강화되고 있다" 고 말한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중국이 WTO (세계무역기구)가입을 위해서라도 외국기업에게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증명하듯 얼마전 중국정부는 외국기업에 비교적 너그러운 차이나 유니콤이라는 통신회사의 설립을 승인했지만 서비스확대에 필수적인 전국 전화선의 사용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제 중국 시장은 전적으로 중국자본에 의한 기업에 의해 지배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텔레콤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중국 통신시장 자본의 4분의3은 국내에서 조성된 것이다.

차이나 유니콤과의 제휴로 텐진 (天津)에서의 전화사업을 어렵게 성사시킨 스프린트사의 윌슨 왕 베이징 지국장은 "우전부가 독자노선을 포기할 징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면서도 "하드웨어부문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중국도 소프트웨어의 부족으로 조만간 외부에 도움을 청해야만 할 것" 이라고 기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