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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출신 병역특례자 포르노사이트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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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의 병역특례자(산업기능요원)가 포르노 사이트를 제작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8일 포르노 사이트를 통해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 등 위반)로 무료 포르노 사이트 '소라넷'의 제작.회선 임대.광고 대행에 참여한 관련자 71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소라넷의 국내 운영총책 임모(3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호주에 거주하는 소라넷 대표 테리 박(25) 등 6명을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에 협조요청하고 달아난 S사 대표 이모(41)씨 등 2명을 쫓고 있다. 나머지 6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입건된 사람 중에는 26명의 소라넷 내부 카페운영자도 포함됐다.

경찰조사 결과 소라넷의 부탁으로 음란 사이트를 제작한 ㈜FID사는 국내 유명 대기업의 홈페이지를 많이 제작한 업계 선도업체로 1999년 12월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받았다.

이 회사는 2002년 12월 포르노 사이트 제작을 위해 KAIST 출신의 A씨(24) 등 병역특례자 4명을 포함해 18명으로 '에스-프로젝트(S-Project)'팀을 만들었다. 소라넷과의 계약 금액은 1억원으로 보통 사이트 제작보다 30% 비싼 수준이다. FID 입장에서는 불법사업이라 세금신고도 하지 않아 수입이 훨씬 많은 셈이다.

'소라가이드'의 후속인 이 사이트는 지난해 11월 완성됐으며 A씨는 지난해 10월 병역 의무기간이 끝났지만 그 뒤에도 사이트를 관리하는 등 애프터서비스를 했다. 그 대가로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임씨에게서 한달에 300만원씩 받았다.

A씨와 같이 사이트 제작에 참가한 또 다른 KAIST 출신인 B씨(24)는 "나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회사 지시를 거부하면 현역으로 갈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병역특례제도의 맹점으로, 인사관리를 해당 업체에 전부 맡긴 것이 이 같은 문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병역특례자의 복무기간은 현역보다 8개월 긴 34개월이나 복무 기간 중 회사가 주는 월급을 받는다. FID는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지난 4월 부도가 났으며 대표 김모(32)씨는 현재 도피 중이다.

이에 대해 병무청 관계자는 "1만 4000여개의 특례업체를 일일이 관리 감독하는 것은 무리"라며 "산업기능요원 스스로 부당한 업무를 거부하고 신고해야 하며 신고하면 신원과 전직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소라넷 대표 테리 박은 무료 사이트 회원을 확보해 자신이 운영하는 '에로스아시아' 등 2개 유료 사이트 회원으로 가입시키려 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소라넷의 회원은 60여만명으로 성인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접속할 수 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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