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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지은니대방광불화엄경' 등 문화재 발견…국어·불교 연구 새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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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2면

경남 양산시 대성암에서 한꺼번에 15점이나 발견된 문화재들은 국어학.불교학.서지학.국문학.서예 등 다방면에 걸쳐 지금까지의 연구를 보충할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국내에 있는 고려사경으로서는 가장 연대가 앞서는 11세기 것으로 보이는 '감지은니대방광불화엄경' 은 글자를 쓴 시기가 3기로 구분된다는 점이 특징. 이 사경이 씌어진 시기는 천력 (天曆) 2년, 즉 고려 충숙왕 16년으로 서기 1329년이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의 글씨체와 앞부분, 중간 부분의 글씨체가 한눈에 판단해도 알 수 있을 만큼 확연히 다르며 보상당초문 (寶相唐草紋)에 이어지는 머리부분은 일본에 있는 고려사경인 '대보적경' 의 글씨체와 일치해 11세기에 처음 제작된 후 2차례에 걸쳐 보서 (補書) 된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까지 국내에 남아있는 고려사경은 대부분 13세기 후반 이후에 제작된 것이다.

현재 고려사경으로 가장 연대가 앞선 것은 1007년 목종의 어머니인 천추태후의 발원으로 필사한 '감지금니대보적경 (紺紙金泥大寶積經)' 이며 일본의 교토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남권희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감지은니대방광불화엄경' 권49의 앞부분 필체가 "대보적경의 그것과 꼭같아 국내 고려사경 연구에 결정적인 새로운 자료" 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이번에 발견된 '대승기신론소' 는 초주갑인자본이며 약체구결까지 쓰여 있어 서지학 및 국어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인도의 마명 (馬鳴) 보살이 쓴 '대승기신론' 을 원효가 주석한 것으로 일찍부터 여러 판본이 전해왔으나 조선시대 초기 금속활자본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가로 세로 21.9×35.9㎝에 상하 2권중 전반부 한권은 결락된 상태이다.

고려시대 균여대사의 '일승법계도원통기' 도 지금까지 발견된 최초의 판본이라는데 의미가 크다.

조선 세조때 간경도감에서 고정지 (藁精紙.짚으로 만든 종이) 로 찍은 이 책은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의 '화엄일승법계도 (華嚴一乘法計圖)' 를 풀이한 책. 한편 거란 (契丹) 본 대장경을 저본으로 목판을 새겨 찍은 '화엄경' 2권도 주목받는 새 발굴품. 60권 화엄중 각각 41에서 45까지, 46에서 49까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의 특징은 국내의 목판 화엄경 대부분이 1행에 16~17자인 것과는 달리 거란본을 저본으로 했기 때문에 1행이 34~40자로 된 점이다.

이외에 당나라 영가현각 (永嘉玄覺) 이 선종의 세계를 설명한 '선종영가집 (禪宗永嘉集)' 하권은 현재 보물로 지정된 '선종영가집' 상권 (동국대 소장) 과 짝을 이루는 책이며 훈민정음 창제때 음운변화의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었던 중국 원나라의 웅충 (熊忠) 이 지은 '고금운회거요 (古今韻會擧要)' 권 28.29.30 중 권30은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되는 것이다.

또 고려본 '대방광불화엄경' 권91, 조선시대 초기 국내 시인들의 창작 '참고서' 로 사랑받았던 중국시인 두목 (杜牧) 의 시집 '번천문집 (樊川文集)' 권4와 '당현칠언율시삼체가법 (唐賢七言律詩三體家法)' 조선 영조때인 1760년께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지도,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이 중국서체를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서 찍은 '대광불화엄경소' 권 91.92, 고려 요세 (了世) 스님이 법화경을 해석한 '법화문구병기절요 (法華文句幷記節要)' 권 6, 세종7년에 제작된 조선시대 '다라니경' , 조선 세종때 제작된 '지장보살본원경 (地藏菩薩本願經)' , 조선중기 서예가인 고산 황기로 (黃耆老) 의 서예 등 15점 모두가 국내의 판본 연구는 물론 관련학계의 새로운 연구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된다.

박상국 문화재전문위원은 "활자로 찍을 수 있는 대상은 극히 제한적" 이라며 "대승기신론소' 초주갑인자본의 경우 최고본 (最古本) 이라는 의미외에도 이미 그 시기에 이 책의 가치를 인정했음을 말해준다" 고 설명했다.

양산 = 김창호.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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