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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당 연석회의 이모저모…비주류 "이회창 대표 사퇴" 다그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8일 오전부터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5시간 동안 마라톤으로 열린 신한국당 의원.위원장 연석회의는 발언 수위에서 여당사상 초유라는 평가를 받았다.

'차기권력자' 라 할 수 있는 대통령후보의 면전에서 "사퇴하라" 는 주문이 튀어나왔다.

참석자들은 점심을 도시락으로 때우며 모처럼 '당의 시련, 정권의 위기' 에 대해 말들을 쏟아냈다.

후보교체론이 공식적으로 제기됐지만 다수는 이회창 (李會昌)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을 다시 만들자는 호소였다.

…당초 '후보교체론' 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비주류측은 바로 직격탄을 날렸다.

이 때문에 느긋한 표정이던 주류는 한때 허를 찔린 듯 당혹스런 표정. 그러나 유성환.박태권위원장과 김학원의원등 이인제지사측은 회의에 앞서 李지사의 여의도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발언계획을 조율했다는 후문. 이 때문에 비주류는 유성환위원장과 심상준 (沈相埈) 위원장등이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하려는 집행부에 공개를 요구하며 전단 (戰端) 을 열었으나 "집안일이니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려면 비공개로 하자" 는 강삼재 (姜三載) 사무총장의 말에 참석자들이 박수를 쳐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

…李대표측의 주류는 대표를 공격하는 비주류측 1명에 대해 2~3명이 나서 반격을 가하는 '인해 (人海) 전술' 을 구사. 주류측은 경선승복만을 외치지 않고 김대중국민회의.김종필자민련총재와 비교해 李대표가 우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등 비주류측 공격에 다양한 반박논리를 준비해 온 듯했다.

또 한결같이 "인기란 오락가락하는 것" 이라며 李대표의 지지율하락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 안상수의원은 "李대표 아들 병역문제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지만 김대중총재는 전쟁중에 병역을 기피했다" 고 주장. 김광원의원은 "당의 어른들은 대표를 흔드는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들을 지적하고 질책해야 한다" 고 포문. 여성인 임진출의원은 "李대표 큰아들의 현재 몸무게는 53㎏, 작은아들은 47㎏, 딸은 42㎏이고, 부인 한인옥 여사는 결혼전 38㎏에 불과했는 등 저체중이 집안 내력인 만큼 우리 모두가 나서 이런 사실을 국민에게 홍보하자" 고 주장.

…李대표는 연찬회를 마무리하면서 비장한 표정으로 당의 단합을 당부. 그는 "솔직히 아들의 병역문제는 경선전부터 야당이 자료를 만들어 돌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질 줄 몰랐다" 고 해명. 이어 李대표는 "야당은 미국이나 파라과이에 내가 숨겨 둔 집이 있다거나, 일본옷을 입고 찍은 사진이 있다는 등의 추가 폭로거리가 있다고 하는 모양" 이라며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이런 문제들에 겁을 내면 집권당이라 할 수 없다" 면서 단호한 대처를 강조. 李대표는 상기된 얼굴로 "이제는 길이 둘 셋이 아니라 하나뿐" 이라며 "후퇴는 없다.

나는 여기서 죽기로 각오했다.

여러분과 같이 갈 것이다" 라며 후보사퇴 요구를 일축. 李대표는 "내게 심한 말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 내게 약이 됐다" 면서 "앞으로 땅에 엎드려 두 팔을 벌린 채로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아픈 지적을 받아들이겠으니 나와 함께 손 잡고 가자" 고 호소.

김진.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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