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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한 호주 경제학자 드라이스데일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피터 드라이스데일은 호주국립대학 (ANU) 의 세계적인 경제학자다.

특히 그는 경제외교와 통상문제의 최고 권위자의 한사람으로 호주정부의 정책결정에 참여하고 대외적인 활동도 활발하고 APEC출범에 브레인역할을 했다.

지난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에서 열린 '한국통일의 경제학' 을 주제로 하는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중앙일보를 방문하여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했다.

김영희 = 아시아지역 경제가 21세기에도 높은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봅니까.

드라이스데일 = 다음 세기에도 아시아지역의 경제가 계속 성장할 두가지 조건이 갖추어져 있어요. 하나는 중국경제의 개혁과 현대화입니다.

중국경제는 21세기의 첫 20년이나 30년에 큰 성장을 기록할겁니다.

다른 하나는 베트남을 선두로 인도차이나 3국이 중국의 뒤를 따라 경제개혁과 발전의 대열에 든다는 겁니다.

큰 관심거리의 하나는 한국.일본.싱가포르등 아시아의 앞서가는 경제가 성장의 다음 단계를 어떻게 맞을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나라들의 경제는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을 할수는 없겠지만 2010년까지는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여 아시아경제와 세계경제에 기여할겁니다.

김 = 중국의 경우 정치적으로 민주화가 안된 조건에서 시장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까요. 드라이스데일 = 일정 수준까지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험에서도 그랬지만 경제성장이 어느 수준에 이른 뒤에는 국제경제에 깊이 편입되지 않으면 성장을 지속할수 없어요. 국제경제에 편입된다는건 정치적인 자유의 실현을 의미하는것 아닙니까. 나는 1980년의 광주사태가 한국의 정치와 경제발전에 큰 전기 (轉機) 를 가져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하나입니다.

김 = 홍콩을 반환받았고 동남아의 막대한 화교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데다 무척 낮은 임금의 노동력을 가진 중국의 경제가 아시아 다른나라의 경제를 위협할수도 있겠지요.

드라이스데일 = 아시아 경제가 경쟁상대로서의 중국경제를 잘 다루지 않으면 성장의 추진력을 지속하기 어려울걸로 봐요. 정치적으로는 대만문제가 주목됩니다.

김 = 일본과 중국의 경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드라이스데일 = 그 두나라같은 정치.경제대국 사이에 경쟁이 있는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균형추로서 미국의 존재가 중요하다는거죠. 미국과 일본과 중국 사이에 생산적인 긴장관계가 있는건 한국.호주같은 중진국에게는 아주 좋은 일입니다.

가능성은 아주 작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본과 중국이 이 지역의 정치와 경제에서 공동보조를 취하는 사태 아닙니까.

김 = 북한이 중국의 개혁노선을 따를 전망은 어떻습니까.

드라이스데일 = 나는 그렇게 될걸로 봅니다.

북한은 호주대학에 경제의 시장화와 개혁과 통상 분야의 연수 프로그램과 세미나등에 계속 사람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6명의 북한 연수생이 9개월에서 1년 계획으로 와 있어요. 북한은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런 프로그램에 계속 사람을 보냅니다.

분명히 북한은 시장경제에 관심을 갖고 준비를 하고 있어요.

김 = 동남아국가들이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드라이스데일 = 태국의 바트화에 대한 국제적인 지원으로 최악의 사태는 지난것 같습니다.

일시적인 지원을 제도로 정착시켜야 그런 사태의 재발을 막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어요. 이런 금융위기가 금융시장 개방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위험합니다.

금융위기는 금융개혁의 결과가 아니라 제때에 금융개혁을 하지않은 결과임을 알아야 해요.

김 = 조지 소로스같이 막대한 헤지펀드를 굴리는 미국의 투기꾼들이 금융위기를 일으켰다는 비난이 자자한데요.

드라이스데일 = 책임은 투기꾼들에게 있는게 아니라 해당국가 정부의 정책실패에 있습니다.

김 = 한국이 얻는 교훈은 뭡니까.

드라이스데일 = 금융시장 자유화가 늦으면 늦을수록 한국경제가 국제 금융시장의 압력에 더욱 속수무책으로 노출된다는 겁니다.

김 = 호주에 관한 질문입니다.

호주는 이제 영국국왕을 국가원수로 모시는 연방에서 공화국으로 바뀝니까.

드라이스데일 = 호주 국민 다수가 공화제를 지지합니다. 머지않아 전국적인 회의가 열려 공화국의 형태를 논의할겁니다.

김 = 폴린 핸슨이라는 무소속 국회의원이 아시아인 반대와 이민반대의 정책을 들고 나와 아시아의 이웃나라들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세계화시대에 호주같은 문명국가에서 어찌 그런 일이.

드라이스데일 = 국제화시대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의 반작용입니다.

백호주의 (白豪主義) 같은건 절대 부활하지 않아요. 인종주의는 극히 한정된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다음 선거에서 그녀의 낙선은 확실합니다.

만난사람 = 金永熙 국제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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