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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콜래보노믹스 이익 된다면 누구나 내 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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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어제의 적, 오늘의 친구=경쟁자 간의 협력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 자동차 업계다. 경기 침체로 워낙 큰 타격을 입은 터라 생존을 위해 ‘적과의 동침’을 택한 것이다. 지난달 말 미국 크라이슬러와 이탈리아 피아트는 특별한 협정을 맺었다. 소형차에 강한 피아트가 엔진·트랜스미션 제작 기술과 연료 절감 노하우 등을 전수해 주는 대신 크라이슬러는 북미 지역 판매망을 제공키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크라이슬러는 35%의 지분을 피아트에 넘겨주기로 했다.

벤츠를 만드는 독일 다임러그룹은 고급 자동차 업계의 라이벌인 BMW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다임러와 BMW의 전 세계 판매량이 각각 35%, 22%씩 떨어져 협력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두 회사가 차량 디자인과 에어컨·안전벨트 등 부품 생산 분야에서 조만간 제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전자업계 라이벌인 삼성과 LG도 협력무드에 동참하고 있다. 그동안 두 회사는 모니터용 LCD 패널이 부족해지면 상대방 회사 제품을 쓰지 않고 대만 제품을 구입해 왔다. 서로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이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달 16일 디스플레이산업협회 회장 취임식에서 조만간 삼성과 LCD 패널의 교차 구매를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삼성 측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생존 위해 자존심 접어=서로 업종이 다르면서도 견제를 하던 기업들도 손을 잡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자사 스마트폰 50개 모델에 마이크로소프트(MS) 모바일 운영체제인 윈도 모바일만 사용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드웨어 업체 입장에서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협력은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과거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배만 불려줬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완구업체 레고와 미국 월트디즈니의 협력 사례도 마찬가지다. 레고가 앞으로 수년간 ‘토이스토리’ ‘카’ 등 디즈니 캐릭터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라이선싱 계약을 맺었다. 직접 DVD·완구·서적 등을 만들며 사업다각화에 나섰던 디즈니로선 이례적인 결정이다. 레고도 전 세계 완구시장이 침체돼 있어 라이선싱비를 부담하더라도 디즈니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삼성경제연구소 한창수 수석연구원은 “환경이 변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협력이란 전술을 택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길어질수록 과거엔 생각지 못한 협력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콜래보노믹스=협력을 뜻하는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과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친 신조어. 200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기업 간 협력이 강조되면서 학계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1+1=2’가 아니라 3이나 4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상생의 경제학’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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