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전시포커스] '넙치+참치=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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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작가 구정아 (30.여) 는 잃어버리고 소외되고 버려져있는 물건들을 쓸고 옮기고 모아 전시공간이 아닌 버려져 있거나 비어 있는 장소에 정리하는 작업을 해왔다.

정돈.가사.장식행위는 전통적으로 여성 활동의 일부분이기도 했는데 구정아는 그런 행위를 통해 별 볼 일없는 사소한 것들에 의미를 축적시켰다.

본전시관 2층 생성전에 출품한 '넙치+참치 = 날치' (97년작) 는 우리들의 옷장 깊숙한 구석에만 틀어박혀 있던 둥근 나프탈렌을 소재로 했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에 의해 소멸되고 기화하는 나프탈렌의 형태와 냄새를 통해 관객들이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의미있는 것,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유리벽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관객들이 직접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파리에서 활동중인 작가 구씨는 동양적인 철학과 존재를 표출한 작품을 통해 유럽 설치미술 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다.

비엔날레 이영철전시기획실장은 "한정된 공간에 무의미하게 늘어놓은 것같지만 인위가 아닌 자연적 흐름에 의해 물질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 평했다.

광주 = 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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