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알리려 영문 책자 1만 권 만들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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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직원이 다섯 명뿐인 주 노르웨이 대사관이 한국을 소개하는 영문 홍보책자를 자체 제작, 현지 학교·도서관과 지도층 인사들에게 배포했다. 대사관 직원이 모두 나서 취재·편집을 하고 제작비를 마련한 것이다.

최병구(55·사진) 대사는 출판사 편집장처럼 기획에서 제작까지의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노르웨이 퇴역군인 인터뷰 등 10여 편의 글을 직접 쓰기도 했다.

2007년 부임한 최 대사는 평화·인권·환경 등 노르웨이인이 중시하는 가치에 초점을 맞춘 한국문화 소개 책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또 한·노르웨이 수교 50주년 기념일(2일)을 뜻 깊게 맞이하고 싶었다. 이에 따라 대사관 측은 1년 전 제작 작업에 들어갔다.

『한국의 발견(Discovering Korea)』이라는 제목의 영문 홍보책자는 총 92쪽 분량으로 1만여 부 제작됐다. 발간 비용 약 5000만원은 최 대사가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트론드 몬 명예총영사를 설득해 조달했다. 재외공관에서 주재 국가에 배포하는 홍보책자는 정부가 일괄적으로 만든 것을 받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책자가 나오자 대사관 직원의 부인들까지 나서 1만 권을 봉투에 담고 주소를 붙여 우체국으로 옮겼다. 이 책자들은 노르웨이 전국 초·중·고 4968개교와 도서관 1215곳 등에 배포됐다. 언론인·국회의원 등 여론주도층 인사 2000여 명에게도 전달됐다.

최 대사는 “지난해 대사관이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민 48.8%가 한국을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고, 31.5%가 거의 모른다고 대답했다”며 “이번 책자 발간을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갖는 노르웨이인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상우 참사관은 “최 대사가 기획과 원고 작성·청탁·교정 등 모든 과정에서 솔선수범했다”며 “1만 권의 책자에 동봉하는 자필 서명의 편지도 며칠간 밤낮으로 직접 썼다”고 밝혔다.

예영준 기자,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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