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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폭행은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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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회 본관 내에서 60대 여성으로부터 폭행당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27일 서울 순천향대병원에 입원해 누워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전여옥(서울 영등포갑)의원이 27일 국회 본관에서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건은 민주화운동 판정을 받은 부산 동의대 사건에 대해 최근 전 의원이 “불법 폭력을 휘두르며 국가의 근간을 부정했던 사람들이 민주화 운동자로 둔갑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재심 청구를 하겠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경찰과 한나라당은 보고 있다. 그 때문에 “자신의 이해와 다른 정책과 법안을 입안한다 해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폭행을 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이날 “국회 본관에서 벌어진 국회의원에 대한 명백한 테러”라며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

한나라당과 경찰에 따르면 전 의원은 이날 낮 12시30분쯤 국회 본관 1층의 면회실 복도를 걸어가던 중 갑자기 달려든 60대 여성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눈과 목 부위에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당시 전 의원 곁에 수행하는 보좌진은 없었다. 전 의원은 머리카락이 뽑히고 손가락에 눈을 찔려 각막에 손상을 입어 순천향병원에 입원해 정밀검사를 받고 있다.

김정숙 보좌관은 “진단 결과 왼쪽 눈 쪽 각막상피세포가 벗겨지고 결막에도 출혈이 있었다”며 “시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부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공동대표인 이모(68·여)씨를 가해자로 지목하고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1989년 동의대 사건에 가담했던 학생의 어머니로 다른 관련자 및 가족들과 함께 전 의원에게 항의하려고 국회를 방문했다고 한다. 곽정기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은 “CCTV 판독을 통해 관련자는 전원 검거해 폭행혐의로 사법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국회가 백주대낮에 테러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으면 어떻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지 대단히 우려스럽다” 고 논평했다.

정효식·이에스더 기자

◆동의대 사건=1989년 부산 동의대에서 학생들이 입시부정의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전투경찰 5명을 납치해 중앙도서관에 감금했다. 경찰은 다음 날 새벽 전경을 구출하기 위해 도서관에 진입했지만 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지면서 화재가 발생, 경찰 7명이 사망했다. 2002년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는 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포함해 46명을 민주화운동자로 인정하고 1인당 평균 25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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