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코로사의 안종민(中)이 슛을 던지고 있다. 코로사는 27-36으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되면서 이 경기가 마지막 게임이 됐다.[성남=연합뉴스]
27일 인천도시개발공사와의 2009 핸드볼큰잔치 남자부 플레이오프전을 치르기 위해 성남실내체육관에 들어선 경남 코로사 선수들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운동선수로서 당연히 이기고 싶었지만, 지고 싶기도 했다”고 실토했다. 이날 코로사 선수들은 인천도시개발공사에 27-33, 6점 차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걸로 모든 게 끝이었다. 팀이 이번 핸드볼큰잔치를 끝으로 해체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 경기는 코로사 선수들에겐 고별전이 됐다. 경기 후 선수들은 “수고들 했다”며 서로 껴안았다.
코로사 정명헌 사장은 경기 후 “그동안 힘들게 팀을 이끌어 왔는데 재정적인 압박으로 더 이상 팀을 운영하기 어렵다”며 해체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팀 운영에 연 7억8000만~8억원가량이 든다. 경남체육회에서 한 해 3억8000만원가량 지원해 주지만 장미 육종 등으로 연매출 30억원을 올리는 작은 회사가 나머지 비용을 대는 건 무리다”고 설명했다. 남자 핸드볼은 코로사를 비롯해 두산·충남도청·인천도개공 등 4개 팀이 실업연맹에 가입해 대회에 참가해 왔으나 코로사가 해체되면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코로사 선수들은 지난해 말부터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구단이 선수들에게 ‘무급 휴가’를 주며 훈련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달 반 치 월급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전국체전이 끝난 11월과 12월 두 달 가까이 긴 휴가를 보냈다. 다른 팀들은 겨울시리즈인 2월 핸드볼큰잔치를 앞두고 훈련에 열을 올리는 시기였다.
구단과 선수들 간에 오해도 생겼다. 정 사장은 “1400여 개에 달하던 장미 재배 농가가 200여 개로 줄면서 회사 생존도 힘든 실정이다. 나도 어렵게 창단한 팀을 해체하는 게 가슴 아프다”고 했지만, 선수들은 “경남시체육회에서 많은 지원금이 나오는데 선수 월급조차 안 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항의했다. 이 와중에 박영대 감독이 물러났고, 지난 경기부터 이재서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플레이오프에 끌어올렸다.
경기 후 코로사 선수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코트에 앉아 있는 모습.[성남=연합뉴스]
코로사 선수들은 “이대로 팀을 해체할 수는 없다”는 각오다. 레프트 백 소재현(29) 선수는 “이제 대회가 끝났고 선수들은 돌아가 경남체육회와 회생 방안을 찾아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적은 돈으로라도 팀을 꾸려보겠다는 얘기다. 선수들은 “당분간 월급을 받지 않고서라도 뛸 각오가 돼 있다. 코트에서 뛸 수만 있다면 예전처럼 투잡, 스리잡이라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한 선수는 “지금까지 어떻게 뛰어왔는데 이런 상황이 와서 속상하기만 하다”며 울먹였다.
온누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