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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곁들인 남산골 한옥마을

중앙일보

입력


최영란 문화유산해설사가 어린이들에게 한옥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우리네 양반들은 어떤 집에 살았을까. 남산골 한옥마을은 이에 대한 해답을 넉넉히 제시한다. 문화유산해설사가 곁들이는 자세한 설명에 귀 기울이노라면 옛날의 생활상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그려진다.

 연못이 보이는 한옥마을 앞마당에서 아이들의 양반걸음 연습이 한창이다. “상체를 좍 뒤로 젖히고! 손은 허리뒤의 움푹한 곳에…. 바로 그거예요.” 최영란(57) 문화유산해설사의지도에 따라 꼬마 양반들의 행차가 시작됐다. 앞선 친구의 실룩거리는 엉덩이에 웃음보가 터진다. 땅에 표시된 기왓장을 따라 발을 디디면 영락없는 양반의 팔자걸음이다.

 남산골 한옥마을에는 총 5채의 한옥이 이전·복원돼 있다. 순정효 황후 윤비 친가·도편수 이승업 등 양반 가옥부터 평민가옥까지 다양한 규모와 그에 걸맞은 가구를 배치해 놓았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개설한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하는 한옥마을이야기’ 프로그램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전에 전화로 신청하면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5채의 한옥을 차례로 돌며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다. 참가비도 무료다. 최 해설사는“일반인은 잘 모르는 한옥의 특징과 용도를 쉽게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최 해설사를 따라 간 곳은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의 황후 윤비가 머물던 한옥. 대문을 들어서자 안채와 사랑채 등이 네모 반듯하게 둘러싼 아늑한 마당이 나타났다. “자 모두 이리 올라오세요” 최 해설사는 대청마루 밑의 돌계단 위로 관람객들을 모이게 했다.

 최 해설사가 “이렇게 돌계단을 쌓고 집을 지은 이유가 뭘까요?”라고 묻자 “공기 잘 통하라고요”, “습기를 피하려고요” 등 제각각의 대답이 나왔다. 최 해설사는 “모두 맞았다”면서 “신분이 높을수록 돌계단을 많이 쌓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는 “이 집의 돌계단은 양반 가옥이라 3개이고, 궁궐의 돌계단 수는 4개”라고 덧붙였다.

 정준명(8·서울 백운초 2)양은“황후가 머물렀던 집인데 방안의 병풍이나 장롱이 소박하다”며 “조상들은 신분이 높았어도 검소하게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순종효황후의 아버지인 부원군 윤택영의 집으로 이동했다. “지붕을 보세요. 처마 위에 또 처마가 있죠? ‘겹처마’라고 부르는데, 양반집에만 사용할 수 있답니다.” 기둥과 기둥 사이를 ‘한 칸’이라고 부른다는 설명에 아이들은 눈앞의 가옥이 몇 칸짜리인지 계산하는데 골몰했다. 박민선(11·수원 율현초 5)양은 “10칸이상 한옥은 양반만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기둥 모양도 양반·평민집이 다르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조선 제25대 임금 철종의 부마(사위)였던 박영효의 가옥은 한옥마을 코스의 백미. 98평 규모로 가장 큰 터를 자랑하며 안채·사랑채와 별당채가 따로 지어져 각각의 특색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사랑채와 안채를 구분하는 ‘내외담’ 앞에 선 최 해설사가 물었다. “안채 규수들이 사랑채에 F4(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같은 꽃미남 도령이 방문하면 자세히 보려고 어떤 놀이를 했을까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던 아이들은 이내 “널뛰기요!”라고 외쳤다.

 백옥희(45·서울시 강북구)씨는 “5학년 교과서에 남산골한옥마을이 나온다기에 아이와 함께 찾았다”며 “전문 해설사가 한옥에 담긴 역사지식을 설명해주니 아이 뿐 아니라 어른도 한옥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화유산 해설사와 함께하는 한옥마을이야기>
신청방법: 전화예약 및 현장신청
출발지: 남산골한옥마을 정문 관리사무소 앞
해설안내 : 주 6일(화요일휴관), 1일 4회 (10:30/12:00/14:00/15:30)
문의: 02-2264-4412


프리미엄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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