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체제 출범 진통겪는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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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8일 전당대회에서 조순 (趙淳) 총재체제로 새로이 출범하는 민주당이 변신의 진통을 겪고 있다.

출항 (出航) 직전부터 먹구름이 몰려오는 형국이다.

그동안 민주당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됐던 국민통합추진회의 (통추)가 27일 상임집행위원회를 열고 "현재의 민주당에 참여하지 않겠다" 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물론 "趙서울시장이 각계의 명망가를 영입, 명실상부한 국민후보로 부각되면 협조할 용의가 있다" 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일단 趙시장에게서 발을 뺀 것과 다름없다.

통추가 이같은 결정을 한 외형적 이유는 26일 민주당총재단회의의 결과 때문이다.

현행 당규상 '당에서 제명처분을 받거나 탈당한 사람은 그날로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복당할 수 없다' 는 조항의 삭제문제를 두고 벌어진 승강이다.

회의결과 이 조항이 전당대회이후에도 남게 돼 자신들의 당무 일선 복귀가 불가능하게 됐고, 이는 이기택 (李基澤) 전총재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게 통추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통추 내부에서조차 趙시장.김대중 (金大中) 후보 지지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다 이인제 경기지사의 출마여부를 지켜보려는 의도가 강하게 깔려 있다.

李지사가 출마할 경우 趙시장의 지지율 하락이 불을 보듯 훤한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이해 때문이다.

통추 일각에서 "제3후보가 반드시 趙시장이라는 법은 없지 않느냐" 는 새로운 흐름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이를 반영한다.

趙시장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李전총재 중심의 주류들이 趙시장의 '우보 (牛步)' 식 행보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인사들은 당과 이른바 趙시장 '제자그룹' 과의 의견조율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趙시장은 통추문제.지도체제 개편문제등을 일괄 타결하기 위해 26일 밤 서울북아현동 李전총재 집을 찾았지만 결국 李전총재의 양보는 얻어내지 못했다.

'대연합' 을 꿈꾸며 대선전에 뛰어든 趙시장이 정작 민주당 내부의 벽에 부닥쳐 단기필마 (單騎匹馬) 의 신세가 될지, 정치력을 발휘해 '민주당+제3세력' 을 규합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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