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 - 이인제 지사 회동]당황한 청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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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27일 이인제 (李仁濟) 경기지사를 청와대로 불러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를 밀어주라고 "강력히, 그리고 간곡하게 권유했다" 고 한다.

두 사람이 만난 시간은 1시간10분. 면담뒤 李지사를 만난 조홍래 (趙洪來)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말씀에 李지사가 중압감을 느끼는 것 같다" 고 말했다.

趙수석은 金대통령으로부터 들은 면담 내용을 몇가지 전했지만 관심인 李지사의 대선 독자출마문제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신중하게 정치적 거취를 결정하고 정도 (正道) 를 걷겠다고 하더라" 는게 趙수석이 전하는 李지사의 입장이다.

면담을 계기로 "李지사가 출마를 포기할 것" 이라는 청와대의 기대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물론 청와대 참모들의 예고대로 金대통령은 "당총재로서 강력한 메시지를 李지사에게 전달했다" 고 趙수석은 말했다.

金대통령은 李대표의 지지율 하락에 따라 정권 재창출 작업에 적신호가 켜진데 대해 걱정한뒤 7월 경선의 의미를 강조했다고 한다.

그리고 李지사에게 국민적 인기가 높은데 대해 "대단하다" 고 격려한뒤 "그렇지만 경선 결과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고 지적했다는 것. 다른 관계자는 "독자출마하면 여당 사상 처음인 전당대회 의미가 형편없어지고 동시에 李지사 인기도 하락할 것임을 金대통령은 강조한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李지사가 어떻게 대답.대응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金대통령은 '출마 않겠다' 는 선언을 바랐지만 李지사는 "여러 논리를 들어 피해나간 것만은 확실하다" 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청와대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는 면담 결과다.

당장 李지사를 주저앉히지 못함으로써 金대통령의 당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그러나 참모들은 "李지사가 지지자들을 의식해서도 청와대에 들어와 바로 출마않겠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 고 주장했다.

李지사가 출마 포기쪽으로 갈 것이나 그러기에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기대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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