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우수학생 유치 과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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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우수 신입생을 유치하려는 대학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부 대학이 진학지도 담당교사에게 금품을 건네고 값비싼 식사를 대접하는등 과도한 물량공세로 교단을 얼룩지게 하고 있다.

22일 오후7시 제주도 신제주 G특급호텔 2층 대연회실. 총장을 비롯, A대 관계자 10여명과 제주도내 인문계고교 3학년담임등 교사 1백여명이 모여 입시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한 교사들은 풀코스 양식으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현금이 든 봉투를 받았다.

이 대학은 지난달 25일부터 12월초까지 전국 16개 지역 2천5백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대학설명회를 갖기로 하고 지난달 24일의 강원도강릉시 D호텔에 이어 두번째 행사를 가진 것이다.

강릉에서도 대학측이 진학 담당교사 3백여명에게 식사와 현금을 제공했다.

지난 6월25일 저녁 제주도제주시 J일식집에는 교사 10여명과 총장, 주요 보직교수를 포함한 H대 교직원 7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식당을 찾은 교사들은 3학년 주임등 제주도내 인문계 고교의 진학지도 책임자들. 이날 생선회를 곁들여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교사들의 손에는 선물봉투가 하나씩 전달됐다.

봉투 안에는 각각 손목시계 3개, 5천원짜리 전화카드 12장, 현금이 담겨있었다.

이 대학은 6월 한달동안 천안.영주.통영등 31개 지방 중소도시에서 제주시와 비슷한 규모의 행사를 벌였다.

I대.S여대.J대등 수도권 사립대들도 2학기에 진학지도 담당교사들을 초청하는 입시설명회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Y대와 C대도 수능시험 직후 이와 비슷한 행사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 관계자들이 홍보자료를 들고 각지역 고교를 찾거나 대학 강당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종래의 설명회에서 벗어나 진학 담당교사를 '공략'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과도한 홍보전에 대해 다른 대학들의 불만도 만만찮다.

C대 입시 관계자는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호화 설명회를 벌이는 바람에 살림이 넉넉지 않은 대학들의 간소한 행사는 교사들로부터 외면당해 찬바람만 돈다" 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 S여고 李모 (30) 교사는 "진학담당교사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평소 자주 인사를 했던 대학을 은근히 권하는 경향이 있다.

대학 선택을 망설이는 학생에게 교사의 말 한마디는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고 전한다.

한편 입시설명회에서 건네진 금품에 대해 H대는 "3학년 담임교사들의 공동 경비로 쓰라는 뜻에서 약간의 현금을 전달했을 뿐" 이라며 "수억원의 예산이 들지만 입학원서와 인지 수입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다" 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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