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보고서 파문 각측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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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 관련 업계 입장 = 기아그룹은 기아사태의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더욱 소리 높게 외치면서 정부및 채권단에 대한 자신의 입지를 넓혀보려는 분위기다.

특히 기아그룹의 송병남 (宋炳南) 경영혁신기획단 사장은 "기아그룹이 부도위기에 몰리기까지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종합해볼때 삼성의 배후개입설에 대한 의혹을 떨칠 수 없으며 이에 대한 삼성측의 해명이 있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기아의 또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나 채권단에서 김선홍 (金善弘) 회장의 퇴진을 전처럼 세게 몰아붙이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기아그룹의 '종업원 비상재건대책위원회' 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삼성의 공개사과▶기아에 대한 3자인수 철회▶강경식 (姜慶植) 부총리 즉각사퇴등을 촉구했다.

현대그룹측은 '예상했던 일' 이라는 간단한 입장만을 밝혔지만 현대자동차측에서는 "삼성의 엄청난 확장욕구에 다시 한번 놀랐다" 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이로 인해 삼성이 적극적인 기아 인수 전략을 펴기는 어렵게 된 것 아니냐" 며 "현대로서는 기아살리기에 최선을 다할뿐" 이라고 말했다.

대우그룹 관계자는 "기업이 경영활동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면서도 "지난번 보고서가 개인 차원에서 작성됐다는 삼성측 주장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농후해진만큼 도덕성 차원에서 문제가 될 것 같다" 고 말했다.

실무자가 文件만들어 起亞인수 뜻 전혀없다

◇ 삼성그룹 입장 = 삼성측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그룹 상층부에 보고도 안된 사장 (死藏) 된 문건" 이라며 "그 내용이 그룹의 공식입장도 아니다" 는 입장을 보였다.

삼성그룹은 지난 3월5일 도쿄 (東京)에서 열린 전자소그룹 전략회의 하루 전날 (4일) 이 문건이 기획홍보팀에 의해 작성됐으나 팀장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 고 판단하는 바람에 이 회의에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쌍용자동차 인수설이 나돌 당시 실무자선에서 이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어느 기업이나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관심 사업과 관련해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보며 이 보고서도 이런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특별한 의미가 없다" 고 말했다.

기업內部의 문제 놓고 政府언급 적절치 못해

◇ 정부 입장 = 통상산업부는 삼성그룹의 보고서가 기아사태 수습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파문확산을 우려하는 분위기. 통산부 관계자는 "삼성이 기아자동차 인수를 위해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이같은 사실을 사전에 정부에 전해온 일이 없다" 며 "기업 내부에서 작성한 문서를 놓고 정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고 말했다.

박의준.박영수.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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