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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해외도박 기업인 기소직후 보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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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해외 카지노에서 5일간 30억원 상당의 외화를 탕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이 "증거 인멸및 도주 우려가 없다" 는등의 이유로 구속 25일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특히 석방된 피고인은 담당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생으로 지난 3월 개업한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밝혀져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지검 외사부 (柳聖秀부장검사) 는 21일 대전 동양백화점 부회장 오종섭 (吳宗燮.41) 씨와 홍순협 (洪淳協.37) 변호사등 상류층 인사 40여명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원정도박을 벌여 1년여동안 1천2백만달러 (약 1백8억원) 이상의 외화를 불법 유출한 혐의를 잡고 수사중이다.

검찰은 이중 동양백화점 부회장 吳씨등 5명을 상습도박등 혐의로 구속, 또는 구속기소하고 법관출신 洪변호사등 5명을 외국환관리법등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吳씨는 6월5일부터 5일간 미국 미라지호텔 카지노에서 3백20만달러 (약 28억원) 의 도박자금을 빌려 탕진하는등 모두 3백55만달러를 빌려 최고 한판에 3만달러 (약 2천7백만원) 의 판돈을 걸고 '바카라' 등 도박을 벌인 혐의로 지난달 24일 구속됐다.

검찰은 동양백화점 吳부회장등 3명을 7일 구속기소했으나 서울지법 형사1단독 임종윤 (林鍾潤) 판사는 이들을 기소 6~11일만에 보석 결정을 내려 모두 석방했다.

林판사는 "吳씨가 올해말로 예정된 대전백화점 분점의 개점 책임을 맡고 있는데다 도박빚 변제능력이 있고 증거 인멸및 도주 우려가 없는 점을 참작했다" 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과다사용한 외환사범 구속기준이 외화 5만달러였던 점에 비춰 거액의 외화를 해외 도박판에서 날린 기업인들을 곧바로 석방한 것은 유감" 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미라지호텔 마케팅 책임자로 현지 카지노에서 도박자금을 빌려준 뒤 국내에서 한국돈으로 도박빚을 변제받아 소위 '환치기' 수법으로 외화를 해외로 유출한 혐의로 재미교포 로라 崔 (42.여) 씨등 환치기사범 3명을 함께 구속 또는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로라 崔씨로부터 상아제약 회장 정원근 (鄭源根.35.구속중) 씨등 도박빚을 진 한국인 40여명의 명단이 적힌 장부를 압수해 개그맨 장고웅씨와 그룹 '룰라' 의 전매니저 李상석씨를 수배중이며, 예당음향 관계자와 모 방송사 프로듀서등 방송.연예계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로라 崔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K그룹 李모회장등 재벌기업인과 전국회의원등 정치인들이 상습적으로 도박판을 벌여왔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권영민.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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