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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요리축제 조리 책임 칠레공사 부인 포클레포빅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가 칠레라는 건 초등학생도 알만한 상식. 하지만 축구로 유명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다른 남미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에 덜 알려져 있는 편인데다 남미음식 하면 멕시코음식을 떠올리는게 대부분이다.

"칠레음식은 다른 남미음식과도 분명히 달라요. 멕시코사람들처럼 맵게 먹지도 않지만 무엇보다 열대기후 외에는 사막부터 빙하까지 다양한 기후가 공존하다보니 옥수수.감자에서부터 연어와 해산물등 각종 요리재료가 다 사용돼죠. 디저트를 아주 달게 먹는 것도 칠레사람들의 특징이예요. " 9월1일부터 12일까지 호텔 리츠칼튼 서울이 주한칠레대사관과 함께 펼치는 칠레요리축제. 고기파이의 일종인 '엠바나다' 와 빵가루를 넣어 걸죽하게 만드는 해산물스프인 '추베' 등 대중적인 전통요리 외에도 칠레 최초의 프랑스레스토랑 요리사 이름을 딴 스테이크요리와 세계적 명성의 칠레와인등을 선보일 이 행사에서 메뉴선정과 조리법소개등 조리 총책임을 맡은 이는 다름아닌 미겔 포클레포빅 (47) 주한칠레공사의 부인 이자벨 제거스 드 포클레포빅 (51) 이다.

남편을 도와 민간외교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 셈.

"20년전 결혼 직후 인도에 갔을 때 그곳 외교관저 요리사로부터 처음으로 요리의 세계를 배웠어요. 그후로 영국과 콜롬비아.캐나다 등지의 요리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공부했죠. "

직접 세계 각국을 돌며 '경험' 으로 배운 요리법만도 줄줄이 책으로 엮을 수 있을 정도. 실제로 몇몇 칠레잡지에 요리법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남미 지역별로 주재료와 조리법이 조금씩 다른 '엠바나다' 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요리책도 펴낸 적이 있다.

한국요리는 남편을 따라 영국에 있을 때 옥스포드대학교에 유학와 있던 한국인가정에 초대받아 처음 맛봤다고. 서울에서 살게된 1년동안 불고기.만두국.산적.오징어순대.김밥등 그가 배운 한국요리는 이달초 열린 '주한외국인 한국요리경연대회' 에서 2등상을 받았을 만큼 수준급이다.

"어느 나라 음식이나 그 나라만의 독특함이 있어요. 그 음식이 얼마나 맛있느냐는 어떤 기분에서 어떤 사람들과 먹느냐에 달려 있죠. "

사실 음식은 그에게 있어 '다양한 문화의 친구를 사귀는 가장 좋은 수단' .그래서 그는 요리책에도 각 요리마다 그 조리법을 가르쳐준 사람에 대한 메모를 곁들였었다.

"전 외국에 나가면 제일 먼저 시장에 가봐요. 사람들이 모여 먹고 사고 떠드는 왁자지껄한 모습에서 가장 인간적으로 그 나라를 알게 되죠. " 우리나라에선 아직 경동시장과 대사관저 둘레의 작은 시장밖엔 둘러보지 못했다는 그는 아시아 각국의 시장에 관해 책을 써 볼 계획도 갖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경험한 아시아권 나라는 스리랑카.인도.네팔.태국.미얀마.캄보디아.홍콩등. 그중에서도 뱀을 파는 중국의 시장이나 전국의 낙타들이 몰려들던 인도의 시장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요즘 전 제일 행복해요. 50대라는 나이는 인생을 알고 즐길 수 있는 좋은 때쟎아요. 이런 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남편과 조국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

민간외교로 바쁜 와중에도 어린 시절에 대해 쓴 자전적 소설을 곧 칠레에서 출간할 맹렬 여성 포클레포빅. 하지만 남편에 대한 자랑과 함께 지갑 속의 삼남매 사진을 꺼내 보이는 그에게선 국적을 초월한 평범한 어머니의 모습도 느낄 수 있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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