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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명문 ‘비 특목고’ 교장 인터뷰[1] - 휘문고 김선창 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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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의 모든 학교가 휘문만한 성적을 내는가?" 뛰어난 입시실적이 학교 위치 덕이라는 주장에 일침을 가하는 휘문고의 김선창 교장.

(사진)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ang.co.kr

대학입시 결과 특목고의 강세가 여전하다는 최근 발표가 있었다. 사설학원가에서는 ‘묻지마 특목고 지원’이라는 웃지 못 할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거기에 곧 발표될 자율형 사립고까지, 이제 더 이상 일반고의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인식에 과감히 반대 손을 번쩍 드는 학교가 있다. 명문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휘문고가 그 곳. 일반고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는 휘문고의 김선창(60) 교장을 만났다.

서울대 24명 합격-일반고 중 전국 1위
 최근 발표된 서울대 합격자 순위는 올해도 어김없이 특목고의 강세를 보여줬다. 중학 성적 상위권 학생을 싹쓸이 하는 특목고의 특성상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러나 순위를 잘 살펴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위에서 12번째 휘문고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24명의 졸업생을 서울대에 합격시키며 전체 12위, 일반고 중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기록이 발표된 이후 전국 13위 이하로 내려가 본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김선창 교장은 타 학교와 확실하게 비교우위에서있는 휘문 만의 장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그 첫번째로 현재 사회의 파워엘리트로 일컬어지는 동문들의 학교 방문을 든다. 지난해까지는 무작위로 이름난 동문을 학교로 초대했었는데 올해부터는 이를 체계화 할 계획이다. 재학생들의 희망을 받아 분야별 전문인으로 통하는 동문을 초대해 강좌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동기부여와 함께 학생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는데 아주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또 갓 고3에 오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시에 성공한 선배들이 학교를 방문해 고3 노하우를 전수하는 시간을 갖는다. 대학 재학생들을 활용한 멘토링 서비스는 상시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고3 전용 건물로 진학지도 만전 김 교장이 자랑하는 진학지도에 최적화된 휘문만의 시스템이 또 있다. 바로 고3 전용 건물이다. 북관이라 이름 붙여진 건물을 말 그대로 고3 학생들만으로 꽉 채웠다. 당연히 고3 전담 교무실도 그 건물에 위치해 있다. 이는 세밀하고 신속한 진학상담을 가능케 한다. 김 교장은 “고3 담임은 항상 신구 조화를 이루게 하는데 전담 교무실은 그런 면에서 많은 장점을 갖는다”며 그 이유로 그들만의 공간을 확보해 정보 공유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각종 집기들을 일반 교무실보다 넓게 배치해 학생과 상시적인 상담도 가능하게 배려했다.

 원활한 진학상담에는 휘문고 자체 성적확인 시스템도 한 몫 한다. 정부기관에서 실시하는 전국 단위 모의고사 등을 치루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2주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자체 시스템을 갖춰 시험 다음날 곧바로 성적을 확인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빠른 진학지도가 이뤄진다. 인근 학교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EBS 인강 출강 등 교사 실력도 경쟁력
 학교의 신뢰도를 높이는 또 하나의 요소는 교사진이다. 김 교장은 이에 대해 “예전에는 학교 직인이 찍혀야 대학 원서접수가 가능했지만 요즘엔 인터넷을 통해 원서 접수가 이뤄지면서 교사를 신뢰하지 않으면 진학지도가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며 “우리 학교는 거의 100% 교사들과 학생들의 합의 하에 원서접수가 이뤄진다”고 강조한다.

 4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학교를 옮겨야 하는 공립고에 비해 사립고는 안정된 직장생활이 보장된다. 이 때문에 교사들의 애교심이 남다르다는 것. 김 교장 자신도 휘문고에서만 교직경력 28년째이다. 교사들의 심리적 안정감은 그만큼 학생들에게 쏟는 애정의 순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사들의 개인적인 역량도 자랑거리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진학지도 지원단에 휘문고 교사 2명이 소속돼 있다. 각종 진학정보나 교육정책 발표시 학교에 적용하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또 강남구청이나 EBS 인터넷 강의에 출강하는 교사들도 상당수 있다.

 “방과후 수업의 참여율을 보면 휘문의 교사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가늠해 볼 수 있다. 100%에 육박하는 참여율이다. 특히 수학 과목 만족도가 높다. 강남구청·EBS 인강에서 인기강사로 통하는 수학교사도 있다.”

수준별 방과후 수업 효과 만점
 김 교장이 자랑하는 방과후 수업은 주요과목 수준별 강좌로 구성돼 있다.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강좌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국·영·수 과목에 한해서는 방과후 수업뿐만 아니라 정규 수업도 수준별 이동 수업을 실시하고 있어 효과를 보고 있다.

 이어지는 자율학습 시간도 학생들의 호응을 얻는 부분이다.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담임교사와 상담을 통해서 학생 개인별로 일상생활과 학습이 총 망라된 1년 계획표를 짠다. 학생의 실제 위치를 파악하고 학업 성취도를 일목요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이 계획표에는 자율학습 계획도 포함돼 있다. 모든 학생이 주3회 날짜를 스스로 정해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자율학습을 실시한다. 김 교장은 “자율적으로 선택하지만 경쟁적인 분위기 때문에 학습효율이 높아 거의 모든 학생이 자율학습에 참여한다”며 “보통 밤 10시까지, 시험에 임박하면 자정까지 개방한다”고 덧붙였다. 명절이나 연휴 때도 학교 자율학습실은 개방한다. 학생들의 요구 때문이다. 이때는 지도를 교장이나 교감이 나서서 맡는다. “명문이라는 칭호는 어느 한 분야의 성과로 붙여지는 것이 아니다. 전통과 실력, 학업 환경, 동문의 파워 등이 골고루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명문은 휘문이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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