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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요리] 李파르보네씨의 '치킨가지스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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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즐거움. 그러나 이란출신의 주부 李파르보네 (32.경기도성남시분당구중탑동)에겐 또다른 의미가 있다.

이란에서 탄생한 근대종교 바하이교의 신자인 그로선 한가족과 다름없는 '세계시민' 들과 정을 나누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지난해말 둘째딸 사마 ( '하늘' 을 뜻하는 아랍어) 를 낳을 때까지만 해도 저희 집은 늘 손님들로 가득 차곤 했어요. " 남편이 회사 동료들을 데려오는 일도 잦았고 그 역시 스스럼없이 이웃들을 초대하곤 했다.

서툰 그의 한국말로도 식탁에 앉아 나누는 얘기 정도는 별로 부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집에 많이 드나든 손님들은 해외 바하이신자들. "혼자서 외국여행을 할땐 저녁시간이 가장 외롭잖아요. 세계 2백50여개국에 퍼져있는 신도들 중에 한국을 방문하는 분들이 한국중앙회에 연락하면 가능한한 식사라도 모시려고 했던 거죠. " 그가 한국인 남편 이태인 (李泰仁.30) 씨를 만난 것은 7년전 겨울 인도의 바하이 아카데미에서. 누구나 한개 이상의 국제어를 익히게끔 하는 바하이교 원칙을 따르기 위해 그의 가족은 그가 12살 되던 해 이란을 떠나 인도로 이민와 있던 터였다.

같은 신도였던 李씨는 복학생 신분으로 해외 바하이순례차 인도에 갔던것. 영어와 교리의 가르침을 주고받으며 그들은 사랑에 빠져 버렸고 6개월만에 결혼에 이르렀다.

그의 집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데는 李파르보네의 출중한 요리솜씨도 큰 이유. 지난 2일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했던 '주한외국인 한국요리 경연대회' 에선 불고기쌈 비슷한 '안심병채' 로 3등상을 차지했을 정도. "하루는 매일 손님치루느라 고생한다며 남편이 직접 장을 봐다가 뭔가 보글보글 끓여주더군요. 순두부찌개였어요. 먹으면서 만드는 법을 자세히 물어봤다가 다음번엔 제가 만들어 봤죠. 그후론 남편이 한국요리책에 나온 요리법들을 종종 번역해서 가르쳐주곤 해요. " 이란요리의 기본이자 '보석' 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시되는 것은 다름아닌 쌀밥. 가늘고 길쭉한 쌀을 보통 감자나 시금치등 여러가지 야채나 고기와 함께 넣고 짓는데, 이는 재료의 향과 맛이 쌀밥에 충분히 배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이 쌀밥과 주로 곁들여 먹는 것이 바로 서양식 스튜. 많은 손님을 접대해본 결과 한국인에겐 가장 잘 맞는 것이 치킨가지스튜였다.

이란에선 양고기를 사용하지만 한국에서 재료구입도 쉽고 사람들 입맛도 맞춰 닭고기요리로 변형시켰다.

후추 외엔 매운 맛이 없어 다섯살난 아들 아니스 ( '벗' 을 뜻하는 아랍어) 도 곧잘 먹는단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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