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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벤트 중독자 不妊 확인…LG전자부품 직원12명 여성호르몬 부족.배란 불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지난 95년 솔벤트에 중독됐던 경남 양산 LG전자부품㈜ 소속 근로자들이 생식기 계통 장해로 불임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18일 부산대병원 산업의학과 의사 이철호 (李喆浩.32) 씨가 당시 직업병을 인정받거나 이상증후를 보인 근로자 40명 (남자 12명.여자 28명) 을 모집단으로 사안에 따라 표본을 선정한 뒤 지난 2년간 추적검사한 결과에서 밝혀졌다.

李씨에 따르면 李모 (24.여.경남양산시상북면) 씨등 여성 근로자 12명에 대해 생식기계통 장해 경과를 조사한 결과 이들 모두에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 수치상 상대적인 혈중 여포호르몬 (FSH) 등의 농도가 일반인에 비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李씨의 경우 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95년 7월 여포호르몬이 97.3iu/㎖ (iu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호르몬 수치) , 지난해 3월 95.4iu/㎖로 기준치인 30iu/㎖보다 각각 3배 이상 높게 나타났으나 에스트로겐 약물을 규칙적으로 투여한 결과 최근 31.0iu/㎖로 정상치를 회복했다.

그러나 대부분 미혼인 이들 여성환자가 현재 생리는 하고 있으나 약물 투여에 의존한 것으로 무배란성이기 때문에 임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자의 경우도 조사 대상자 가운데 4명이 정자수가 부족하거나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져 임상적으로 불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 李씨는 "여성근로자의 난소형태와 기능 변화를 좀 더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으나 현재로선 완치가 힘든 것으로 보인다" 며 "호르몬제를 장기간 투여할 경우 유방암이나 자궁경부암등 부작용을 조심해야 한다" 고 말했다.

전화기 보턴과 TV부품등을 생산하는 LG전자부품 근로자들은 94년 6월부터 일본에서 수입한 솔벤트5200을 세정제로 사용하면서 두통과 어지러움.생리중단등 증세를 보여 96년 1월 20여명이 처음으로 솔벤트 중독 직업병 판정을 받았다.

부산 =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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