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의원 시절 ‘악용 방지법안’ 내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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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인 2007년 2월 칼 레빈, 노먼 콜맨 의원과 함께 ‘조세피난처 악용 방지법안(Stop Tax Haven Abuse Act)’을 제출했다. 한 달 전 바이런 도건 의원이 레빈, 러스 페인골드 의원의 도움을 받아 발의했던 미국 국세법 수정안을 대체한 것이다.

오바마는 이 법안에서 해외에 있는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조세피난처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헤지펀드에 대해 돈세탁 방지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미국의 조세 집행을 방해하는 해외 조세 피난처를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재무부에 부여하는 것 등이다. 조세피난처 이용을 권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안은 또 앵귈라 , 바하마, 케이맨 제도 등 34개 지역을 조세피난처로 지목했다. 대부분 도건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의 명단과 겹치지만 일부 빠지거나 새로 들어간 곳도 있다. 안도라, 바레인, 몰디브, 마셜 제도, 모나코, 통가 등이 제외됐고 아루바, 코스타리카, 홍콩,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등이 추가됐다. 이번에 문제를 빚은 스위스도 이때 새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오바마와 함께 법안을 제출했던 레빈 의원은 상원에서 “우리는 군대 유지, 의료보험, 교육을 위해 필요한 돈을 조세피난처에 숨기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며 “이는 정직한 납세자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법안은 동료 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회기를 넘겨 자동 폐기됐다. 당시 법안에 거명됐던 국가 중 일부는 관련 세제를 정비해 조세피난처라는 오명을 벗었다. 그럼에도 일부 국가는 여전히 관련 정보 제공을 거부해 ‘비협조적인(uncooperative) 조세피난처’란 꼬리표를 달고 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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