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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대표 기아사태 왜 나섰나…난국해결 유일 후보 부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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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대표가 기아그룹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은 여당대표로서 난국돌파.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려는 의지의 표현인 것 같다.

李대표는 아들의 병역파동에 따른 실점을 만회하고 야권후보의 난립상황에서 '유일한 집권당후보' 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부각시키려는 생각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李대표는 사태초기부터 "당장의 위기는 아니지만 순조롭게 풀리지 않으면 한보파동보다 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는 인식을 가졌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그는 해결의 길이 있는데도 주요 세력간의 상호불신 때문에 일이 얽혀 있다고 파악했다는 것. 그의 한 측근은 "정부.채권단은 김선홍 (金善弘) 기아회장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고, 金회장은 정부가 기아를 제3자에게 넘기려 한다는 의심을 품고있다고 李대표는 분석했다" 고 설명했다.

그래서 李대표와 측근들은 불신의 틈새에 중재역할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다.

李대표측의 중재노력이 큰 고비를 넘은 것은 임창열 (林昌烈) 통산부장관 - 金회장 - 서상목 (徐相穆) 의원의 9일 오전 3자회동. 신한국당 제2정조위원장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경제통이자 李대표의 경제참모인 徐의원은 정부와 金회장이 취할 수 있는 양보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다.

林장관은 강경식 (姜慶植)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부의 정책팀과 채권단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았다.

대신 金회장은 "마음을 비운다" 는 뜻으로 일단 사표를 제출하면서 추가 자구책을 제시하는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태가 매듭단계에 들어간 것은 12일. 아침에 林장관이 채권단을 만나 중재안을 설득했다.

오후엔 이런 기류변화속에서 정부원칙파의 총수인 姜부총리가 李대표와 장시간 만나 해결방안을 협의했다.

李대표는 13일 보좌진에게 "내일 기아자동차 공장을 직접 방문하겠다" 고 긴급히 지시했다.

그는 현장에 뛰어들어 사태해결에 노력하는 모습을 과시하면서 기아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정치적 행보' 도 생각한 것이다.

李대표는 근로자 2천여명과 점심을 함께 하며 "기아사태는 제3자가 기아를 인수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기아가족 여러분이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한 여당대표로서 최선을 다해 돕겠다" 고 약속했다.

그는 "기아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형적인 그룹" 이라며 "꼭 회생돼야 재벌그룹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적극적으로 실현되는 것" 이라고 말했다.

기아문제의 해결같은 것은 어쩌면 여당대표만이 누릴 수 있는 '진짜 프리미엄' 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실패의 위험도 따르는 모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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