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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풍납토성 쓰레기장으로 둔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13일 오전 사적 제11호로 지정돼 있는 서울송파구풍납동 풍납토성 주변. 미처 복원이 안된 2만5천평에 달하는 토성 주변 곳곳이 쓰레기장으로 변해있고 옥수수.호박.고추등의 경작지로 둔갑해 있다.

풍납동 현대아파트 뒤편은 아예 10여평이나 되는 쓰레기 집하장이 마련돼 가정용 쓰레기는 물론 욕조통.소파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경작금지. 여기서 경작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는 송파구청장 명의의 경고문이 곳곳에 세워졌지만 바로 옆에 버젓이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

토성 경계표시를 위해 설치된 슬레이트 철책은 녹슬어 쓰러져 있고, 고물상과 세차장이 들어서 있는 토성 동쪽은 아예 경계표시조차 없는 상태다.

토성 남쪽끝 극동아파트앞 1천여평의 파밭에서 농약을 주고 있는 한 주민에게 "이곳은 문화재 보호구역인데 경작해도 되느냐" 고 묻자 그는 "엄연한 사유지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 며 "어느 누구도 경작을 막은 적이 없다" 고 말했다.

바로 옆엔 배추가 심어진 커다란 비닐하우스 3동이 설치돼 있는등 토성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어 도저히 국가지정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믿기지 않을 정도다.

지난 63년 국가지정 사적이 된 풍납토성 (사적명 광주풍납리토성) 이 당국의 관리 소홀로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고 있다.

이처럼 풍납토성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은 정부와 서울시의 예산 줄다리기로 인해 사유지 보상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지정 문화재는 정부보상 소관이나 88년 담배소비세가 서울시로 이전되면서 현재 사유지로 돼 있는 풍납토성 보상및 복원사업비를 시가 부담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93년에야 보상계획을 마련해 97년까지 8백46억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그나마 지하철 공사등에 우선순위가 밀려 99년까지로 연기돼 지금까지 2백50억원만 보상비로 지급된 상태다.

이에따라 서울시는 '국가지정 문화재는 국가에서 70%를 부담해야 한다' 는 법률 조항을 내세우며 지난 4월 2백34억원을 정부에 요청했으나 주무부서인 문화체육부는 "그 조항은 의무조항이 아니므로 합의대로 서울시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며 이를 거부했다.

풍납토성은 현재 전체 3만6천7백평중 2만여평의 사유지만 보상이 끝난 상태다.

더구나 보상이 끝난 8천8백평을 포함, 2만5천여평이 복원이 안된채 방치되고 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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