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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반대서 지지로…룰라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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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세계화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강성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브라질에 첫 중도좌파 정권을 탄생시킨 그는 그동안엔 다국적 자본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룰라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브라질 최대 상업도시인 상파울루에서 열린 제11차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총회에서 "세계화는 경제개발과 동의어가 아니며 또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나 경제개발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도상국들은 세계화를 비난하는 대신 이를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며 개도국들의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이날 총회장 인근에는 세계화 반대자 수백명이 회담장 진입을 시도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들은 고삐 풀린 무역자유화가 다국적 기업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은 자유무역을 제한해 가난한 나라들만 다른 나라에 수출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해주고, 개도국에 인프라와 기술개발을 위한 자금을 더 끌어들이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선진국에 맞서기 위한 개도국 간 단결을 강조했다. 빈국들끼리 관세장벽을 철폐하고, 상호 무역량을 늘림으로써 경제를 부흥시키고 선진국에 맞서자는 것이다. 그러나 미주 대륙의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는 큰 시각차가 있었다. 카스트로 의장은 이날 각국 대표들에게 배포한 장문의 성명에서 자유무역이 세계가 안고 있는 병폐를 해결하지 못했으며 현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혁명적 요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룰라는 지난해 2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글로벌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빈곤.기아 추방펀드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미국이 내년 출범을 목표로 주도하고 있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상에도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그런 그가 세계화를 옹호하고 나선 것은 그의 노선이 명분보다 실용적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냉엄한 국제무대에서 국가이익 최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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