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alkHolic] ‘파리의 연인’이 사랑한 이유 있었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쇳대박물관 옆 컨테이너 박스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 조형물. 낙산공원 주변 지역은 공공미술 사업으로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진권 프리랜서]

대학로는 주말과 휴일이면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예쁜 모습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꼭꼭 들어차 있고, 참신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공연되는 소극장들이 도처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적인 분위기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복고적인 골목길로 접어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공연의 메카 - 마로니에길

대학로로 들어가는 길은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출발한다.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왼편에 공연안내소가 있다. 이곳에선 100여 개의 소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다양한 공연 정보를 알 수 있다. 그 옆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복권 기금과 지자체의 예산으로 공연과 전시 관람료를 지원해 주는 사랑티켓센터가 있다. 골목길 산책 후 공연을 보고 싶다면 미리 사랑티켓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티켓을 사면 할인된 금액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지역 거주자와 65세 이상, 그리고 3세부터 26세까지는 장당 7000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인당 연간 10장까지 살 수 있다.

역에서 몇 발짝을 걸어가면 마로니에공원이 나온다. 공원이라기보다 ‘쉼터’ ‘공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때때로 공연이 열리고, 주말이면 다양한 예술가 지망생과 동호회들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마로니에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듯 보이는 빨간 벽돌 건물이 나온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아르코 미술관’이다. 건축가 고 김수근씨가 설계한 미술관 1층 입구에는 미술관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아르코가 있다. 마로니에공원을 향해 열려 있는 테라스와 작가 안규철이 디자인한 테이블이 잘 어울린다. 공원과 방송통신대학교를 양 옆으로 하고 그 사잇길로 들어가면 짙은 갈색톤의 웅장한 쇳대박물관이 나온다. 박물관 왼편으로 난 좁은 골목길 입구에는 하늘색 글씨로 ‘공공미술낙산프로젝트’라 쓰인 노란 컨테이너 박스 위에 앉아 낚시하는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쇳대박물관에서 왼쪽으로 50m가량 들어가면 오른쪽 하얀색 벽면에 고양이가 그려진 카페가 나온다. 맞은편은 한독약국으로 이 사이로 난 골목이 바로 ‘대학로의 몽마르트’라 불리는 낙산공원으로 향하는 길이다. 마로니에공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학로 거리를 둘러보려면 40분가량 걸린다.

대학로의 몽마르트 - 낙산공원길

‘낙산공원길’이라는 팻말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는 세련되고 화려한 거리와는 다른 풍경들이 펼쳐진다. 1970~80년대 분위기의 이발소·떡집 등이 마치 시계를 되돌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담장마다 그려진 그림과 조형물이 복고적인 동네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미술 사업으로 진행됐던 낙산프로젝트는 삭막하고 낙후된 이곳을 예술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했다.

그림이 그려진 담장을 따라 더 올라가면 낙산공원 입구가 보이는데 이곳에서 계단을 바로 오르는 대신 오른쪽으로 난 길을 택해 보자. 낙타 등처럼 생겼다 하여 낙타산 또는 타락산으로 불리던 나지막한 산 위에 자리 잡은 공원에는 탁 트인 전망과 도회적이면서도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진 감각적인 조형물들이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다. 카메라를 든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 놀이마당에 다다르면 뒤쪽에는 서울성곽이 있다. 성곽을 따라 위 아래로 걸어보는 것도 좋다. 놀이마당은 인기 TV드라마 ‘파리의 연인’ 촬영지로 유명한데, 드라마 중 김정은이 앉아 있던 돌 의자 앞으로 펼쳐지는 서울 시내의 전경은 낙산공원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북쪽 인왕산과 남쪽 남산이 서로 감싸고 있는 도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 도심을 둘러본 후 놀이마당 앞쪽으로 난 기다란 나무계단을 따라 쭉 내려오면 중앙광장을 만날 수 있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파라솔과 목을 축일 수 있는 매점이 있다. 낙산공원길을 따라 낙산공원 정상에 오르는 길은 느린 걸음으로 30분이면 충분하다.

대학가의 먹자골목 - 대명거리

낙산공원으로 올라갔던 길을 따라 거꾸로 내려와 한독약국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걸어가면 로봇박물관이 나온다. 젊은이들의 거리로 손꼽히다 보니 대학로 골목 곳곳에는 트렌디한 카페·레스토랑 등 맛집과 옷·소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서 자리를 옮겨 반대편으로 가 보자.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곳이다.

혜화역 1번 출구 방향으로 나와 4번 출구 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혜화동사무소에서 성균관대학교 입구로 이어지는 대명거리가 나온다. 길 양쪽으로 음식점이 몰려 있는 속칭 ‘먹자골목’이다. 이곳은 건너편 마로니에 공원 쪽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운치 있는 가게들이 몰려 있다. 가격이 비싼 건너편과 비교해 값싼 먹거리가 푸짐하다. 분식집과 순대집이 즐비하다. 특히 혜화역 4번 출구에서 나와 대명거리 오른쪽 끝에 자리한 갈릴리 분식은 인기 TV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 송승헌이 아르바이트했던 분식점으로 값이 싸고 다양한 종류의 분식을 즐길 수 있다. 대명거리를 지나면 성균관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정문 근처에 있는 정통 인도 카레집 페르시안궁전도 추천할 만하다.

최경애 워크홀릭 담당기자


충청북도, 강원도,부산·광주·대구·대전·울산·전남·전북·경남·충남교육청, 서울강남구청·교육청, 세계사회체육연맹, 한국교통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