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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로펌 '김&장'·'세종', 적대적 M&A 맞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인수.합병 (M&A) 사건 뒤에는 김&장과 세종이 있다." 한화종합금융.미도파.신성무역 사건등 굵직굵직한 적대적 M&A송사가 불거질 때마다 어김없이 이들 두 로펌 (법률회사) 이 버티고 있는데서 비롯한 말이다.

김&장이 공격하면 세종 (신&김) 이 수비를 맡고 세종이 쳐들어오면 김&장이 수문장으로 나서는 치열한 대리전이 벌어지곤 했다.

올 들어 빚어진 상장사 M&A사건을 이 두 회사가 독차지하는 현상은 국내 로펌의 양대산맥이라는 점에서 당연할지 모른다.

적대적 M&A풍토가 국내에 막 자리잡는 시점에서 이와 관련한 국내판례가 확고히 정립되지 못한 상태인 만큼 "적대적 M&A는 오너들의 싸움이 아니라 변호사들간 싸움" 이라는 말도 나온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놓고 보면 현재까지 전적은 세종측이 2승1무로 우세. 1라운드에 해당하는 한화종금 사건은 1, 2심 결정이 엇갈려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고, 2라운드인 미도파 사건에서는 신동방에 '기권승' 했으며, 3라운드 신성무역 사건은 '판정승' 을 받아 냈다.

특히 공격자인 사보이호텔쪽에 서서 지난달 31일 신성무역 공개매수를 일단 성사시킴으로써 세종은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사 M&A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세불리를 느낀 신동방이 미도파 M&A를 스스로 포기했을 때도 공교롭게 세종은 미도파편에 섰다가 승점을 하나 건졌다.

9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한화종금 사건은 세종측이 공격자 박의송씨측 대리인으로 나서 한화종금 사모 (私募) 전환사채 (CB) 발행의 적법성을 둘러싼 일진일퇴의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세종의 초반 리드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대.최고 로펌을 자부하는 김&장이 계속 호락호락 세종에 밀리기만 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회사의 연륜이나 규모면에서 김&장이 앞서 있는 만큼 이들 양자간의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보는 시각들이 대다수다.

김&장의 M&A담당 변호사는 "미도파 사건은 공격자측이 중도포기한 경우고, 신성무역 사건 역시 공개매수의 적법성이나 '공동보유자' 개념규정등에서 앞으로도 논란거리가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47명의 변호사가 파트너로 소속된 세종은 M&A팀에 대법관출신 오성환 (63) 변호사를 필두로 김두식 (40).허창복 (42).심재두 (42).양영태 (34) 변호사등 9명이 포진해 있다.

1백명 가까운 고급두뇌를 자랑하는 김&장은 박준 (43) .박병무 (36) 변호사등 스타급 M&A이론가들을 포함해 10명 넘는 변호사들이 절치부심하고 있다.

특히 일반 기업분쟁과 달리 M&A사건은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 때문에 로펌의 대외이미지를 건 자존심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김&장과 세종이 독식하고 있는 막대한 M&A사건 수임료 또한 다른 군소 로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기업사냥' 은 기업오너의 경영권과 자존심이 걸린 한판승부여서 공격.수비 할 것 없이 거금을 물 쓰듯하는 속성 때문에 일반 기업분쟁보다 수임료가 엄청나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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