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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흥미에 맞춰 영어에 푹 빠지도록 하다

중앙일보

입력


TEE(영어로 진행 하는 영어수업) 경진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신지영 · 유경미 교사. 항상 아이들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수업을 연구한다.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TEE로 더 효율적인 영어수업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서울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에는 2012년까지 모든 영어교사가 TEE(Teaching English in English,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 수업) 능력을 갖추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따라 TEE 활성화를 위한 학교 내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주)YBM 시사닷컴이 지난 4일 ‘제 1회 YBM TEE Awards’ 최종 결선을 치러 눈길을 끌었다. 현직 영어교사들의 수업 경진대회였다. 실제 수업과 교수 학습 지도안, 학습자료 등을 종합평가한 이 대회에서 대상은 유경미(35·부산 반여초)·신지영 (32·인천 인화여고) 교사가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실제 수업에서 TEE를 적용하고 있다.

 신 교사는 ‘김치’를 주제로 잡았다. 언어의 목적은 의사소통 뿐 아니라 문화교류에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 우리가 외국문화를 습득하는 것은 물론, 우리 문화를 세계에 전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신교사는 활동의 난이도를 점차 높여가는 수업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퀴즈쇼를 연출해 재미와 함께 수업 내용에 대한 정보·어휘를 살짝 알려줬다. 다음으로 김치를 싫어하는 외국인에게 김치의 장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는 상황을 설정해 ‘동영상 메일 보내기’를 했다. 마지막으로는 김치 페스티벌에서 방송사와 인터뷰하는 역할극을 마련했다. 신 교사는 “평소 수업에 게임, 영어 UCC 제작 등을 즐겨 활용한다”며 “특히 그룹수업을 병행하면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또래로부터의 자극과 의사소통량도 늘어나서 좋다”고 설명했다.

 유 교사는 대회에서 영어 동화책을 이용했다. “How many ~ ?” 등 숫자를 묻는 질문을 반복해 던졌다. 또 박스에서 재밌는 벌레들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여주며 흥미롭게 숫자에 접근하도록 했다.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묻고 대답하며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활동, 실생활과 접목한 초콜릿 수세기 활동도 이뤄졌다. 유 교사는 특히 수업 때 동화책을 즐겨 이용한다. 하나의 책으로도 아이디어를 짜내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교사는 “영어 동화책을 고를 땐 그림이 선명하고 재밌는 것, 문장이 간결하고 반복되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상 받은 책 위주로 고르는 것도 방법. 집에서는 부모가 동화책을 영어로만 읽어주려 하거나 문장을 해석해 주려고 하는 등 부담을 느끼지 말고, 자연스럽게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수준별 이동수업해야 효과적 
 올해로 초등학교 경력 12년차인 유 교사는 3·4학년 영어를 전담하고 있다. 2007년부터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학교 현장에 적용했다. 유 교사는 “현재 주당 1시간으로 정해진 영어수업은 턱없이 부족하다”며“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선 각 반 담임교사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침 자습시간에 한 번이라도 듣기 자료를 틀어주면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것. 신교사도 “영어로만 하는 영어수업에는 수준별 이동수업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2개 반을 3개의 수준별 학급으로 나누는 정도가 되어야 영어수업이 효과적이라는 얘기였다.

 유 교사는 ‘원어민 수업’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원어민 교사와 합동수업을 했을때 한국어를 오히려 더 많이 쓰게 되더라는 것.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일일이 통역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더 영어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야 유 교사는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몸짓으로 설명하거나 주요 단어만 알려주는 등 방법을 바꿨다. 신 교사도 “원어민 교사의 수업에 한국인 교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도안을 짜고 수업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어의 수준을 조절해주고 아이들의 흥미가 무엇인지 코치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영어수업을 원어민 교사에게만 맡기기보다 한국인 교사들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두 사람은 공감했다.

 영어학습 지도의 또 다른 팁은 없을까. 유교사는 “어려운 어휘는 어린이용 사전을 이용해 쉬운 말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시각적인 요소로 관심을 끄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신 교사는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위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 영어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일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 영어조급증 버려야
 
 이들은 영어 조급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유 교사는 초등학생 때부터 지나치게 학문적인 것만 영어공부라고 생각하는 풍조를 걱정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조급한 마음을 갖는 것 같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장거리를 뛰려면 초반에 오버페이스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신 교사도 “아이들이 고2 들어서면서부터 재밌는 활동을 해도 불안해하는 등 조급해하는 걸 느낀다”며 동의했다. 그러면서 “해외 나갔다 오지 않으면 영어를 잘 할 수 없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씨가 추천한 공부법은 EBS라디오와 EBSe 방송 활용. “‘파워 잉글리시’ ‘이지 잉글리시’ ‘입이 트이는 영어’ 등 좋은 프로그램이 아주 많다”고 설명했다. “사실 중계동·대치동에서 학원강사도 해봤어요. 그런데 학원에서 해주는 것도 결국 혼자 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어요. 저도 완전 토종이었지만 외국에 오래 살다 온 학생들을 잘 가르친 걸요. 학부모들도 아이가 정말 영어를 잘하기 원한다면 시험점수로만 평가하지 말아주세요.”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eh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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