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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주인공들 터프해졌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만화는 아무리 작품이 좋다고 해도 캐릭터가 선호되지 못하면 독자들에게 외면받기 마련이다.

캐릭터 변화를 뒤따라가는 것은 우리나라 순정만화의 변화를 알아보는 효율적인 학습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순정만화의 초기 캐릭터는 검은 머리의 귀여운 여주인공이었다.

권영섭의 '봉선이' 시리즈는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까지 최고의 히트작이었다.

착한 마음씨를 갖는 소녀가 고난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그린 50년대에서 70년대 순정만화는 그만큼 착한 마음씨의 주인공 소녀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80년대 초반의 캐릭터는 주로 고독한 영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황미나의 '굳바이 미스터 블랙' 의 주인공 미스터 블랙이 대표적이다.

'미스터 블랙' 은 가장 친한 친구의 모함으로 호주에 유형을 온 비운의 주인공으로 복수의 일념으로 일생을 살다 친구의 몰락을 마주하고 결국 그를 피해 다시 호주로 돌아온다.

80년대 순정만화는 고독한 멋진 남성과 여성의 사랑을 축으로 삼고 있다.

김혜린의 대표작 '불의 검' 의 주인공 '산마로' 도 마찬가지. 80년대 여성 캐릭터의 경우 남성 캐릭터와 달리 50~70년대의 마음씨 착한 소녀의 모습을 벗어나 보다 주체적이며 자주적인 모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별빛속에' 의 주인공 시이라젠느는 자신의 삶을 자각하며 한 인류의 운명을 책임지는 주체자로 등장하고 있으며,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의 샤르휘나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는 90년대의 작품에 들어서며 새롭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수려한 긴 머리는 사라지고 보다 현실적인 모습으로 변한 90년대 캐릭터는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CF나 의류 카탈로그에서 존재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그다지 영웅적이지도 않고 일상에 충실한 친밀한 모습을 하고 있다.

나예리의 '아마도 달콤하겠지' 의 주인공 매튜나 박희정의 '호텔 아프리카' 의 엘비스, 이빈의 '걸스' 의 화정과 무라이 람바다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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