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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비밀 60가지' 데즈먼드 모리스 著 … 인류진화과정 추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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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갓난아기의 표정과 행동이 인류의 발달단계를 알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본능적으로 행동하고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아기의 행태에서 원시 부족사회의 관습과 직립하기 전의 인간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인류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어머니 뱃속의 태아부터 만1세가 되기 전까지의 유아를 관찰해 발표한 '아기의 비밀 60가지' 가 국내에서 출간됐다 (삶과꿈刊) .그는 인간행동에 관한 대중적인 인류학 연구서 '털없는 원숭이' (정신세계사) 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나온 '아기의…' 는 원제가 '베이비워칭 (Babywatching)' 으로 그가 펴낸 '맨워칭' (까치) '보디워칭' '애니멀워칭' 등 인간과 동물의 행태를 분석한 '워칭' 시리즈 가운데 하나. 아기의 표면적 행동에 주로 관심을 보였던 기존의 심리학서.육아서와 달리 저자는 인류학적 관점에서 아기의 발달상황을 이해하고 있다.

아기 행동의 원인을 인류의 잊혀진 생활습관과 감춰진 본능 속에서 찾아내고 있는 것. 갓 태어난 아기는 부모의 집게 손가락을 잡고 공중에 매달릴 수 있을 정도로 악력 (握力) 이 세고 어른보다 훨씬 넓은 음역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엄마와 떨어진지 45시간이 지난 뒤에도 냄새만으로 엄마를 알아볼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톡 솟아오른 이마에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귀여운 생김새도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유일한 방어막인 엄마에게 매력을 발산하기 위한 진화과정이라는 것. 이런 진화 이외에 오히려 퇴보한 부분도 있다.

인간은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네발로 선 채 중력을 이용해 출산을 했다.

그러나 두발로 서게 되면서 현재처럼 반듯이 누워 아이를 수평으로 힘겹게 밀어내는 방법을 이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태어난지 몇 주 되지 않은 아기가 자연스레 헤엄을 칠 수 있는 것도 한때 인류가 물에서 사는 것에 훨씬 익숙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일부는 자궁의 양수에서 헤엄치던 버릇이 그대로 살아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자궁 안에는 헤엄칠만한 공간이 없다.

저자는 젖먹이가 타고난 본능에 의해 인류 진화의 첫 단계를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는 이밖에 아기가 우는 이유, 젖을 떼는 시기, 용변을 가리는 훈련방법 등이 소개돼 있어 인류학서뿐 아니라 한권의 육아서로도 손색이 없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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