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 회장이 건넨 수억원 2002년 ‘대선 잔금’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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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강금원(57) 창신섬유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측근 인사에게 건넨 돈의 성격은 무엇일까. 억대의 돈 거래를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강씨는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e지원 시스템을 마련할 때 1억원 이상을 제공했고,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에게는 2005년부터 3~4년에 걸쳐 7억원 이상을 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강씨에게 차용증을 작성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안 위원쪽은 돈 거래 과정이 분명치 않다. 검찰은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했거나, 대가성 있는 거래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강씨가 건넨 돈이 2002년 대선 때 노 전 대통령 측이 선거자금 명목으로 기업체에서 받은 자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강씨가 ‘대선 잔금 관리’를 하면서 그 돈의 일부분을 노 전 대통령과 측근에게 반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강씨가 개인 돈이나 회사 돈을 사용했을 수 있지만, 대선 잔금 등 제3의 출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 같은 의심을 하는 데에는 강씨가 안 위원에게 제공한 돈의 액수가 크다는 점도 근거가 되고 있다. 대전지검 특수부에 따르면 안 위원은 추징금 납부 명목으로 약 3억원을 받은 것 외에도 지난해 말 강 회장이 대주주인 시그너스 골프장에서 빌리는 형식으로 2억여원을 건네받았다. 검찰은 안 위원이 이 돈을 전세자금으로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이 골프장에서 사외이사 급여 명목으로 1억6000만원가량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브리핑에서 강씨에 대한 수사는 탈세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씨가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해 온 수십억원대의 돈이 대선 잔금이라면 증여세 탈루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386 정치인에 대한 수사=강씨에 대한 수사는 대통령 기록물 유출 사건과 이철상(41)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386 운동권 출신인 이씨는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VK를 만들어 벤처 신화를 일으켰다. 검찰은 이씨의 공적자금 유용 혐의 수사를 하다 강씨와의 돈 거래 흔적을 포착했고, 이어 강씨와 안 위원의 자금 거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1997년 회사를 만든 뒤 승승장구했다. 2004년엔 매출액 3800억원에 영업이익 23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회사가 급성장했다. 하지만 2006년 부도를 냈고,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회사를 키우면서 ‘386 정치인’ 등 지난 정부 실세들을 지원했다는 소문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대전=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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