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개혁-일본은 왜 가능한가]하. 사회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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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교육개혁을 내세우는 정권은 말기가 다가온다.

" "복지예산을 깎는 정권은 다음 선거에서 어김없이 참패를 당한다.

" 사회보장구조개혁과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일 정부에 대해 이런 징크스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깃발을 든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총리는 미동도 하지않고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 두 개혁은 표면상 하시모토 '개혁열차' 의 뒷쪽에 매달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6대 개혁' 가운데 위치한 자리도 그렇지만 행정개혁이나 금융개혁처럼 당장 절박한 과제가 아니라 훗날을 대비하는 성격이 강한 개혁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안에 비해 특히 인기없고, 비판받을 소지가 많은 두 개혁은 과거에도 여러번 추진됐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특히 다나카 가쿠에이 (田中角榮).나카소네 야스히로 (中曾根康弘) 두 전총리는 교육개혁을 외친후 몇 달도 안돼 정권을 내놓는 바람에 앞서 말한 징크스를 만들었다.

지난 1월, 하시모토 총리가 교육개혁을 '6대 개혁' 에 집어넣었을 때도 "하시모토정권도 다 된 모양" 이란 비아냥을 들었다.

그러나 의외로 하시모토의 재선이 확실시되자 "이번엔 왠지 진짜같다" 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정치평론가 이마이 히사오 (今井久夫.77) 는 "징크스에 관한 소문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하시모토총리가 각본에 없던 교육개혁까지 집어넣은 걸 보면 의지가 대단한 것 같다" 고 평가했다.

사회보장구조 개혁과 관련해서는 이른바 '8회장 회의' 란 모임이 있다.

총리자문기관인 사회보장제도 심의회' 의 회장을 맡은 미야자키 겐이치 (宮澤健一) 히토츠바시 (一橋) 대 명예교수을 비롯해 복지분야를 다루는 7개 후생상 자문기관의 회장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사회보장의 개별부문에 관한 개혁안을 독자적으로 만들어온 이들은 "종합적인 사회보장구조 개혁안을 내놔라" 는 하시모토총리의 지시에 따라 수시로 모인다.

좌장인 미야자키 교수는 "개혁에는 반발이 있게 마련이다.

모든 반발은 심의회에서 흡수해 밖으로 터지는 일을 최대한 막아야한다" 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사회보장구조 개혁중 의료보험제도의 경우, '밥그릇' 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일본 의사회 등의 반발이 벌써부터 시작돼 '의료보험심의회' 의 시오노 다니유이치 (鹽野谷祐一) 회장은 논쟁을 심의회장으로 끌어들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교육개혁은 사회보장구조개혁보다도 8개월이나 늦게 '개혁열차' 에 동승했다.

당초 하시모토 정권은 '5대 개혁' 의 간판을 내걸 계획이었으나 하시모토 총리가 연초 시정연설에서 "학력이 일생을 좌우하는 현상을 타파해 한사람 한사람의 개인이 적성에 따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며 교육개혁의 시급함을 강조하는 바람에 갑자기 '6대 개혁' 으로 변신한 것이다.

물론 '중앙교육심의회' 가 지난해 7월 '여유로운 가운데 살아갈 수 있는 힘' 을 기르는 것을 기본으로한 교육개혁에 관한 '제1차답신' 을 내놓기도 했지만 교육개혁이 하시모토 '개혁열차' 에서 빠졌다면 지식인들의 탁상공론에 끝날 처지였다는게 중론이다.

"누가 뭐라해도 정치의 힘은 크다.

각 성청 (省廳)에서 독자적인 개혁방안을 강구해왔지만 '하시모토 6대개혁' 이란 간판 없이는 바람이 일지않았을 것이다.

" 한 후생성 고위간부의 솔직한 고백은 개혁을 완성하는데 있어서 정 (政) 과 관 (官) 의 역할분담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정치권에서 일으킨 개혁의 뜨거운 열풍때문에 후생성.문부성의 개혁추진 실무부서 공무원들은 휴일까지 반납한 채 철야작업에 땀을 흘리고있다.

도쿄 = 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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