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기아특수강 공동경영 관련 소극적 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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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가 기아특수강을 기아자동차와 공동운영키로 합의한 지난달 31일 오후 대우그룹의 입장이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

기아가 이날 오후6시30분쯤 3사 합의사항을 발표한 직후 대우측의 공식입장을 확인하자 "기아로부터 제의를 받고 검토중" 이라는 신중한 자세를 나타냈다.

기아가 김우중 (金宇中) 대우그룹회장까지 포함한 3사 수뇌경영진이 기아특수강 공동경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음에도 대우측이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와관련, 金회장은 정부 고위당국자에게 "기아특수강 제품을 공동으로 사주자는 것이지 공동경영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와 기아측 실무진들이 발표된 합의내용에 대해 대우측에 잇따라 문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대우 金회장이 현대.기아 수뇌경영진과 기아특수강 지원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실무자들에게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우의 공식입장은 바뀌었다.

1시간후의 공식입장은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중" 이라는 짤막한 것이었다.

대우측의 한 관계자는 "구두로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그 이상은 모른다" 고 말했다.

대우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처음보다 진전된 것이지만 그래도 현대측의 적극적인 자세와는 대조를 보였다.

현대측의 한 임원은 기아 발표직후 "현대.대우가 기아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면 된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대우가 기아특수강에서 납품받고 있는 만큼 살려서 기아회생의 전기를 마련하자는 뜻" 이라고 말했다.

대우그룹 金회장은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기아특수강) 건은 김태구 (金泰球) 대우자동차회장이 알아서 하고 있어 나는 잘 모른다" 고 말했다.

기아특수강의 공동경영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현대측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측은 재정담당인 이방주 (李邦柱) 전무를 전담중역으로 내세워 기아.대우와의 실무협의 창구로 삼았다.

李전무를 비롯해 현대측 실무진은 양측의 담당 임원들과 만나 공동운영 방식에 대해 논의중이다.

그러나 실제적인 협의는 기아측 재무담당자들과 李전무 선에서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대우측과의 협의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우측 전담 중역이 누구인지 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아의 한 사장은 "대우측의 실무 임원이 누가 될지 잘 모르겠다.

이를 대우측에 확인해 봐야겠다" 고 말했다.

또 공동경영 방식에 대한 생각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아특수강 회생의 주요 관건인 1조1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지급보증문제 처리방안이 대표적인 예다.

기아측은 이를 3사가 나눠 부담하는 실질적인 도움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현대와 대우는 기아지급보증 처리방법에 대해서도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특수강을 살리자는 원칙에 합의한 현대.대우가 각론에 들어가서는 입장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영수.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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