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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코너] 미국의회 싸워도 할일은 다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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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 의회와 백악관이 지난 28일 향후 5년내에 균형예산을 달성한다는 역사적인 세입세출안에 마침내 합의했다.

미국의 예산은 지난 69년 이후 단 한번도 적자를 면치 못해왔기 때문에 하원 예산위원장 존 케이식이 이를 두고 "마침내 오랜 꿈이 실현됐다" 며 흥분했던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번 미 예산안중 특히 우리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사회보장분야. 65세 이상 영주권자와 장애자들의 생계보조비 (SSI) 및 의료보조비 혜택이 복원됨으로써 졸지에 피해볼뻔 했던 많은 한인 영주권자들이 위기를 넘기게 됐다.

이번 균형예산안은 공화.민주 양당이 빚어낸 절묘한 '합작품' 이다.

공화당 지도부와 빌 클린턴 대통령이 균형 예산안을 이룬다는 대원칙에 합의한 것은 지난 5월초. 이후 백악관이 초안을 내고 공화당측이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3개월간의 힘겨루기 끝에 합의를 도출해낸 것이다.

물론 미국이라고 당내외적인 정치싸움이 없을리 없다.

공화당은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을 몰아내려는 소장파 의원들의 쿠데타 기도로 홍역을 치렀다.

민주당에서는 차기 대통령후보를 노리는 딕 게파트 원내총무가 최대 라이벌인 앨 고어 부통령을 견제하느라 사사건건 백악관과 신경전을 벌여왔다.

민주당 불법선거자금 모금 의혹이라는 호재를 만난 공화당측은 지금도 물론 상.하원 청문회를 통해 백악관 목죄기에 여념이 없다.

두 숙적이 상대방 흠집내기에 골몰하면서도 '균형예산안' 이라는 결실을 볼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는가.

이는 양측 모두가 대의기구의 본분인 '만나서 이야기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은 까닭이다.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상.하원의 개회일수는 각각 89일과 74일. 휴일을 빼면 사실상 상반기 내내 의회가 열렸다는 얘기다.

이같은 상황은 올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95년 같은 기간엔 상원이 1백8일, 하원이 90일을 일했다.

정기국회를 빼면 한달도 안되는 임시국회 두세차례로 1년을 때우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라면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워싱턴 = 이재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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