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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 2년생 소설 '가출일기' 잔잔한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전교 1, 2등을 다투는 우등생들도 가출욕구로 시달리고 있다' .

최근 청소년들의 가출.폭력, 그리고 범죄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가운데 여중 2년생이 또래 학생들의 비행 (非行) 심리와 행태를 본격적으로 파고든 장편소설을 펴내 화제다.

충북괴산군 증평여중에 재학중인 김혜정 (金惠貞.15.사진) 양이 30일 선보인 '가출일기' (문학수첩刊) . '나도 일탈하고 싶다' 는 자신의 욕구와 친구들의 경험, PC통신을 통한 이른바 '비행' 학생들과의 다양하고 생생한 체험을 빌려 요즘 10대들의 방황을 기성작가 뺨치게 그렸다.

"폭력 학생들이 선생님께 불려가 혼나는 것은 '순간' 이고 걔들이 신고 학생을 괴롭히는 것은 '영원' 하기 때문에 신고하길 꺼려해요. 왜 우리들의 학교에 폭력이 끊이지 않고 가출과 자살하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그런 우리들을 사회는 꾸짖기만 할까요. 아니 아이들의 폭력이 정말 어른들 생각만큼 심각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학생들은 왜 그런 짓을 하며 그들이 누구의 자식들인지 생각해보셨나요?" 청소년들이 일을 저지르면 앞뒤 가릴 것 없이 '문제아들의 비행' 이라며 앞다퉈 꾸짖기에 바쁜 기성사회에 대한 또래의 솔직한 해명으로 이 소설은 쓰여졌다.

주인공은 소위 문제아로 불리는 청소년과 달리 전국 성적이 5등안에 드는 고등학교 1년생인 치현.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가 짜맞춘 스케줄에 따라 과외를 하는등 공부에 시달린다.

학교재단 이사장집 손자로 교육자 집안 출신. 그러나 지나치게 강요되는 공부에 시달리다 마침내 가출을 단행한다.

부모들의 무분별한 과욕과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에 대한 반발이었다.

공부에 쫓기다보니 물론 학교에서 다감하게 지내는 친구도 거의 없는 형편. 가출후 다른 문제학생들과 어울려 음주.흡연.본드 흡입.절도.폭력등에 무방비로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면서 10대들의 폭력과 탈선은 기성사회의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소외감이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결국 수많은 방황과 좌절 끝에 어머니에게 유서를 남기며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친구의 연락을 받은 가족들이 병원으로 실어와 목숨을 건지고 다시 가족과 사랑을 되찾는다는게 줄거리. 이야기는 '해피 엔딩' 이지만 중간중간에 녹아 있는 10대들의 고민과 좌절, 그리고 우정등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의 현주소를 흔한 통속소설 이상으로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중.고등학생 시절의 일을 까맣게 잊으셨나요? 그 시절 학교에는 폭력서클도 없었고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가출한 친구들은 없었나요?" 또래의 이야기를 속시원히 풀어놓고 나서도 金양은 여전히 청소년들이 무조건 '비행' 으로 취급받는 현실에 억울해 한다.

어른들 역시 추억 속에 미화된 '만용과 낭만의 비행시절' 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우리들을 별나게 태어난 세대로 보지 말아달라" 는게 金양의 어른들에 대한 부탁. 초등학교 교사로 있는 김관회 (金官會.40) 씨의 차녀인 金양은 전교 수석을 다투며 IQ가 158인 '재원' (才媛) .정치가나 작가가 되고싶다 한다.

이경철.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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