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정부 질문 … 여야 자성의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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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정부 질문이 시작됐다. 본회의장 전광판에 용산 화재사건에서 희생된 경찰을 추도하는 글이 소개되고 있다. 이 자료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준비했다. [김형수 기자]

 2월 국회가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다시 공전된 데 대해 여야 모두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한나라당 정태근(서울 성북갑) 의원과 5선의 민주당 박상천(전남 고흥-보성) 의원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13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을 통해 각각 정부와 여당, 야당을 향해 자성을 촉구했다.

박상천 의원은 소속 당을 향해 “야당 또한 법안에 대한 대응에는 찬성이나 반대 이외에 수정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여당에도 “다수결 원리는 소수파와 토론과 협상을 거칠 때에만 정당성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13, 15, 16대 때 국회 동료였던 한승수 국무총리에게서 동의도 이끌어 냈다.

▶박 의원=왜곡된 다수결 논리는 ‘여야 격돌’과 ‘소수파 국민의 이반’을 불러와 경제위기 극복을 어렵게 하지 않나.

▶한 총리=정부로서도 여야가 진실한 대화와 토론으로 중지를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를 바란다.

박 의원은 이날 ‘타협추구형’ 국회법 개정도 제안했다. 여야가 쟁점법안에 대해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각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표결에 앞서 ‘법안 조정절차’를 거치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야가 선정한 조정위원 간 협상에서는 찬반토론의 시간제한을 없애는 ‘필리버스터’도 인정하자고 했다. 그래도 타협이 안 되면 전체회의 재적의원 과반수의 의결로 조정절차를 끝낸다는 것이다. 당내 최다선인 박 의원은 과거 국민회의 원내총무, 통합민주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대정부 질문은 1994년 7월 5일 이후 15년 만이라고 한다. 박 의원 측은 “최근 국회 파행 사태를 보면서 정치 선배로서 직접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문이 끝나자 한나라당 소속인 이윤성 국회부의장도 “5선의 경륜이 묻어나는 질문에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의회 존중의 국정 운영이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야당과의 협력 정치를 위해 ‘잃어버린 10년’ 낙인 찍기를 거둬들이자”고 제안했다. 그는 한승수 총리에게 “야당에 국정운영의 협력을 구하는 데 보다 적극 노력해 달라”며 “합리적 좌파 진영과 시민사회도 적극적으로 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한 총리는 “야당에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데 보다 시간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위해 국회 운영을 정당 중심에서 의원 중심으로 바꾸자”고도 주장했다. 정 의원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선거캠프의 전초기지였던 안국포럼 출신이다. 대통령의 측근이 정부·여당에 쓴소리를 한 셈이다.

정효식·백일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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