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모성
엘리자베트 바댕테르 지음, 심성은 옮김
동녘, 416쪽, 1만6000원
모성과 부성(父性). 똑같은 어버이의 심성일 텐데 느낌이 다르다. 모성은 ‘본능’과 결합하는 것 같고, 부성은 ‘감정’의 영역 정도로 취급된다.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에게서도 ‘모성 본능’을 읽어내는 이들이 많지만, 자식이 없는 남성에게서 ‘부성애’를 발견하는 건 쉽지 않다. 그야말로 모성은 본능일까.
이 책은 ‘모성’은 사회적·역사적 창작물이라고 주장한다. 역사적 국면에 따라 모성에 대한 사회적 규정은 유동적이었다. 특히 17~18세기 프랑스에서 ‘모성’은 존재도 찾기 어려웠다. 당시 도시에 사는 어머니들이 시골의 유모에게 갓난아이를 맡기는 것은 사회적 관습이었다. 전 계층에서 아이는 시골의 유모에게 보내졌다. 무관심과 비위생적 환경 속에서 숱한 영아들이 죽어나갔지만 어머니들은 눈물 짓지 않았다. 1780년 파리의 신생아 2만1000명 중 2만 명이 유모의 손에서 키워졌다. 아이들은 살아남은 뒤에야 너댓살 때 ‘친 엄마’에게 ‘입양’됐던 것이다. 19세기에 이르러 ‘인구 증식이 곧 국부’라는 주장이 퍼진다. 영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어머니의 손길이 국가적으로 요구됐다. 이런 상황에서 모성애는 ‘여성의 본능’이 돼 버렸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유동적인 심성을 과연 여성의 ‘본능’이라 할 수 있을까. 페미니즘의 시각이 가족·아동·사랑의 역사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엮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배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