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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비시오기적’ 4총사 또 한번 V점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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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설원의 전사들이 한국 겨울올림픽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푸른 창공을 가른다. 사진은 2003년 타르비시오 겨울 유니버시아드대회 당시 스키점프 K-120 경기에서 안정된 자세로 비행하는 강칠구의 모습. [중앙포토]


2003년 이탈리아 타르비시오 겨울 유니버시아드 대회.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이 ‘타르비시오의 기적’을 연출했던 바로 그 대회다. 당시 한국은 스키점프 등록선수가 10명도 안 됐다. 그런 선수 중에서 선발한 4명의 대표선수는 K-90 개인전(강칠구)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K-120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 스키점프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K-90 단체전에서 기록한 8위다. 비록 메달권에 접근하지는 못했지만 미국과 러시아를 제치며 화제를 모았다.

◆‘밴쿠버의 기적’을 향해 비상=현재 월드컵 국가랭킹 6위인 한국은 밴쿠버에서 솔트레이크시티 때와 같은 단체전 8위를 목표로 잡고 있다. 하지만 대표선수들은 내심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타르비시오의 기적’을 연출했던 최흥철(28), 김현기(26), 최용직(27), 강칠구(25)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김현기와 최흥철은 지난해 10월 독일 클링겐탈에서 열린 스키점프 서머그랑프리 K-90 개인전에서 9위와 12위에 각각 올랐다.

지난해 8월 서머그랑프리대회 당시 스키점프 대표팀의 모습(왼쪽부터 강칠구·김현기·최흥철·최용직). [대한스키연맹 제공]


김흥수 스키점프 대표팀 코치는 “우리가 메달을 워낙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9위가 좋은 성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세계대회 톱10 진입은 엄청난 성적”이라며 “세계대회에서 1~10위는 기량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1위와 10위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표팀의 최대 강점은 역설적으로 팀워크다. 새롭게 입문하는 선수가 없다 보니 이들은 올해로 13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다. 이들이 처음 스키점프에 입문한 것은 1991년이다. 전북 무주리조트에 스키점프 경기장이 신설되면서 당시 인근 동네에 살던 이들이 방과 후 수업으로 스키점프를 시작했다. 이어 96년부터 태극마크를 함께 달고 대표팀으로 활동 중이다.

최흥철은 “단체전의 경우 다른 나라는 6명을 엔트리로 등록하고 당일 컨디션이 좋은 4명이 출전한다. 하지만 우리는 4명뿐이어서 부상이 있어도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어려운 점을 토로했다. 그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세계 1위가 아니라 바로 팀동료들이다. 힘든 환경에서도 묵묵히 훈련하는 우리의 모습은 스스로 봐도 감동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지난해 스키점프 소재의 국내 영화 ‘국가대표’에 스턴트맨으로 출연했다. 자신들의 뒤를 이을 선수가 단 한 명이라도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국판 쿨러닝의 새로운 도전=봅슬레이도 한국 겨울올림픽 출전사를 새롭게 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강광배 감독이 이끄는 봅슬레이대표팀은 밴쿠버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 캐나다와 미국에서 열리는 봅슬레이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다. 랭킹 포인트를 따기 위해서다. 한국은 현재 세계 15∼16위권. 올림픽 출전권은 2010년 1월 기준으로 세계 17위 내에 들어야 한다. ‘한국판 쿨러닝’이 실현될 순간이 그리 멀지 않았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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