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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맞은 세계 용병산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냉전종식 이후 크게 늘고 있는 소규모 국지 (局地) 분쟁을 틈타 용병 (傭兵)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한 용병회사들도 다국적 거대기업화 하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주문에 따라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에 이르는 전쟁 베테랑을 즉각 출동시킬 수 있는 고도의 동원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보유장비도 최신형 개인화기에서부터 장갑차.헬기.전차.전투기.대형 수송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작은 나라의 군사력을 능가할 정도다.

유엔인권위원회의 97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 용병기업은 남아공 (南阿共) 의 '이규제큐티브 아웃컴스 (EXO)' 와 영국의 '샌드라인 인터내셔널 (SLI)' , 미국의 '밀리터리 프로페셔널 리소시스 (MPRI)' 등 3개사다.

남아공 특수부대 부사령관출신인 에벤 발로에 의해 지난 89년 창설된 EXO는 영국의 스트래티직 리소시스 (SR) 란 회사의 자회사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외국정부를 상대로 SR가 계약을 따내면 실제 파병은 EXO가 맡는 식이다.

이미 앙골라.시에라리온.자이르.수단.라이베리아 등에 정부군 훈련.요인경호등의 명목으로 용병을 보낸데 이어 올초에는 파푸아 뉴기니와도 용병송출계약을 했다.

EXO의 벨로사장은 "34개 국가나 단체로부터 파병요청을 받았지만 일부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거절한 경우도 있다" 며 합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 특수부대출신인 1천8백명의 EXO 보유병력 가운데는 러시아와 동유럽의 퇴역 공군조종사들도 있다.

SR는 병력수송을 위해 별도의 항공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용병파견대가로 따낸 광산채굴권을 관리하는 회사도 별도로 갖고 있다.

EXO는 시에라리온에서 현금 1천5백만달러와 다이아몬드광산 채굴권, 파푸아뉴기니에서는 3천2백만달러와 구리광산 채굴권을 얻어냈다.

영국왕실 근위대장출신인 팀 스파이서 대령이 창설한 SLI는 영국 공수부대 SAS와 해병대출신 베테랑들로 구성된 자체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필요에 따라 EXO와 용역계약하는 형태로 용병거래를 하고 있다.

미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소재한 MPRI는 지난 87년 미 육군소장출신의 버넌 루이스에 의해 창설됐다.

최근 옛 자이르에서 카빌라 반군이 정부군을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하면서 정체가 드러난 MPRI는 4성장군을 포함, 5명의 전역장성과 1백70명의 전역장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보스니아 회교도연방정부와 8억달러짜리 군사훈련계약을 해 큰 돈을 벌기도 했다.

카빌라는 용병에 대한 대가로 다이아몬드.구리.코발트.우라늄.망간광산채굴권을 미국기업에 양도했는데 MPRI에 실제로 돈을 댄 것은 미국의 조지 부시 전대통령, 로버트 게이트 전CIA국장, 캐나다의 브라이언 멀로니 전총리가 경영진의 3두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의 다국적 광산기업인 배릭 골드사 (社) 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용병산업은 앞으로 더욱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국지분쟁의 당사자가 대부분 자체군사력이 미약해 광산채굴권등을 대가로 외부의 힘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냉전종식후 대규모 실업상태에 빠진 특수부대원들이 용병산업에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EXO는 조종사에게 월 1만3천달러, 전투원에게는 2천~4천달러의 급료를 지불해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유엔은 용병거래에 깊은 관심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용병회사들이 국제법과 국내법상의 맹점을 이용,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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