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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대신 짚풀 공예 … “농한기 소득 짭짤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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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농한기 때 농민들은 술이나 마시고 화투를 치며 보낸다는 말은 옛 말이 돼 버렸어유.”

11일 오후 2시쯤 충북 괴산군 소수면 소암1리 명덕마을(일명 멍딩이마을) 전통공예장.

노인 10여명이 볏짚과 풀을 이용해 둥구미·삼태기·짚신·멍석·매판 등을 만드느라 투박한 손길을 분주하게 놀렸다. 농한기에 하루종일 작업장에서 짚풀공예품을 만들어 시중에 팔아 짭짤한 소득을 올리는 명덕마을 노인회 소속 노인들이다.

충북 괴산군 소수면 소암1리 명덕마을(일명 멍딩이마을) 노인들이 전통공예장에서 볏짚을 이용해 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 마을 노인회 경완호(74)회장은 “짚풀공예품은 만들기가 무섭게 도시 지역에 장식용으로 팔려 나가고, 둥구미 등 손질이 많이 가는 일부 공예품은 주문예약을 받아 생산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마을 노인들의 짚풀공예품이 소문 나자 집 안팎을 장식하려는 도시지역 사람들의 주문이 밀려들어 연간 2000만∼30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특히 노인들의 공예품은 외국에까지 소문이 나면서 2006년에는 미국의 한 호텔로부터 전등 장식품으로 사용할 둥구미 모양의 공예품 300점을 3만원씩에 주문 받아 납품하기도 했다.

이들은 짚풀공예품을 팔아 얻은 수익금 중 일부는 경로당 운영비로 쓰고 나머지는 마을 발전기금이나 불우이웃돕기에도 쾌척하고 있다.

전체 54가구, 154명의 주민 가운데 청주 경(慶)씨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명덕마을 노인들이 짚풀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6년.

당시만 해도 노인들은 여느 마을처럼 경로당에 나와 술이나 마시고 화투를 치거나 장기, 바둑, TV 시청 등으로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냈다.

이를 보다못한 경달호(83) 전 노인회장이 “여가를 효율적이며 생산적인 곳에 쓰면서 용돈도 벌어보자”며 짚풀공예품 제작을 제안했다. 노인들은 경 전회장의 의견에 동감하고 어릴 적 배운 솜씨를 살려 예로부터 전해오는 방식대로 짚풀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의 손재주는 나날이 발전해 짚풀공예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과 농촌진흥청장, 전북·경북도지사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충남 아산시가 주최한 외암 민속마을 짚풀문화제 공모전에서 무려 9점이 우수상에 뽑히는 등 각종 민속공예품 경진대회 등에서 50여 차례나 상을 휩쓸었다.

마을의 자랑은 이 뿐만이 아니다.2002년에는 마을회관 2층 70㎡를 개조해 짚풀공예품 전시장을 만들었고, 이 마을 출신으로 괴산군청 공무원인 경달현 씨의 도움을 받아 홈페이지(www.myongdok.net)에 도시민과 학생들이 자연학습과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각종 자료를 구축했다.

대전에서 기획사를 운영하는 이 마을 출신 경규성(48) 씨는 ‘멍딩이’라는 캐릭터를 개발해 주기도 했다.따라서 방학 때면 마을을 직접 찾아 체험학습을 하려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넘쳐나면서 짚풀공예품은 물론, 괴산청결고추와 절임배추, 대학찰옥수수 등 마을에서 생산하는 각종 농산물 판매액도 크게 늘어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노인들의 활동으로 2006년에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건강 장수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완호 노인회장은”공예품을 만드는 동안은 잡생각이 없어져 치매 예방 등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며“제작법을 후손들에게 물려줘 조상들의 멋과 슬기, 전통을 이어나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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