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상여금 덜 받겠다” … 회사 “감원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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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금융위기로 인한 고용 불안이 엄습한 데가 자동차 업계다. 그러나 경기도 안산시 소재 자동차 부품업체 신창전기(대표이사 이철헌)는 노사가 양보해 고용 불안을 이기고 있다. 이 회사는 예정보다 두 달 앞당겨 지난달 16일 임금협상을 끝냈다.

노조는 임금을 동결했다. 연 800%의 상여금 가운데 생산직은 300%, 사무직은 360%를 줄이기로 했다. 1년에 네 번 받는 품질향상수당 중 올 상반기분을 반납하고, 하반기분도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안 받기로 했다. 근로자의 날 선물과 노조 야유회를 없앴다. 명절 선물비를 60% 깎고 대리 이하 직원의 휴일근무 보조금을 안 받기로 했다.

대규모 감원을 고려하던 회사도 815명 직원 전원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또 부장 이상 간부의 연봉을 20~30% 삭감하고, 임원 차량을 절반만 운행키로 했다. 또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반납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김의영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경기흐름을 쭉 지켜봤다. 자동차 업체가 쓰러지는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위기를 극복할 재간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불황 때 노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조합원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에도 이 회사 노사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 외환위기 파고를 넘긴 뒤 회사는 깎았던 임금과 수당, 상여금을 한꺼번에 지급했다.

회사는 이번 노사 합의로 연간 1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해 생산성 향상이나 품질 혁신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신창전기는 78년 설립돼 자동차용 키세트·전자유닛·스위치 등을 생산한다. 지난해 26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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